[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 서울에서 전세로 거주중인 40대 A씨는 지난달 집주에게 실입주 통보를 받았다.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며 이사비를 줄태니 계약갱신 없이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은 것. 이사철을 앞두고 새 전세집을 알아봐야 하는 A씨는 고민에 빠졌다. 전세 물건도 적은데다 추가 전세대출 자금을 마련할 길도 막막해진 영향이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셋집을 구하기 어렵다는 말들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면서 가을 전세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임대차3법 사태를 떠올리며 시장 상황이 악화된 상태에서 무리한 규제로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먼저 전세시장 상황을 보면 전세물건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25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4~5만건 수준을 보이던 서울 전세물건은 임대차법 개정과 더불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해 24일기준 2만건 수준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1년만에 전세물건이 절반가까이 사라진 셈이다.
전세물건 감소에 따라 전세수급동향도 악화됐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 100.2였던 수도권 주택종합 전세수급동향지수는 지난해말 117.5까지 치솟은 이후 하락세를 보였지만 7월 118.4까지 다시 가파르게 상승했다. 수급동향지수가 100을 넘는다는 것은 공급보다 수요가 우위라는 뜻이다. 특히 아파트 전세수급동향지수는 7월 123.4를 기록해 시장에 아파트 수요가 과도하게 넘쳐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도 제자리 걸음이다. 올해 9~12월 수도권 입주예정 아파트 물량은 총 5만8000가구로 지난해 수준과 비슷하다. 오히려 서울의 입주예정 물량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9~12월 서울 입주예정 물량은 총 1만1164가구로 지난해 동기(1만5000가구) 대비 25.8% 감소했다.
전세시장이 이같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대출 조이기에 나서자 전세 수요자들의 전셋집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전세물건이 귀해지고 가격까지 뛰어버린 상황에서 부족한 전세금 마련을 위한 길이 어려워진 영향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종합주택 7월 평균전세가격은 2억7012만원으로 1년 전보다 4600만원 증가했다. 서울의 경우 4억6851만원을 기록해 1년전보다 8600만원 늘어났다. 특히 서울 아파트는 1년간 1억3000만원이 뛰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우격다짐식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임대차3법도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한 결과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이번 대출 규제도 시장 상황과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한 결과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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