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직을 서초갑 지역구민과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며 "이 시간부로 대선후보 경선을 향한 여정을 멈추겠다"고 밝혔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의원 12명의 부동산 의혹을 발표했고, 이튿날 당은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 중 6명에게 탈당을 요구하거나 제명 조치키로 했다.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명단에 포함된 윤 의원에 대해서는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 해당 부동산이 본인 소유가 아니고 본인이 행위에 개입한 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윤 의원은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라며 "그 최전선에서 싸워온 제가 정권교체 명분을 희화화할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했다.
이어 "독립관계로 살아온 지 30년이 지난 아버님을 엮은 무리수가 야당 의원의 평판을 흠집 내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권익위의 끼워 맞추기 조사"라고 했다.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대선 후보들은 윤 의원의 사퇴를 만류했다. 이 대표는 이날 회견장에 찾아와 "윤 의원은 책임질 일이 없다고 확신한다. 강하게 만류할 것"이라고 했다.
최재형 후보도 윤 의원의 회견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너무 안타깝다"며 "윤 의원의 경선후보 사퇴와 의원직 반납 모두를 반대한다"고 적었다.
그는 "(부모님에) 따로 독립해 30여년을 살아온 친정아버지를 엮어 평판에 흠집을 내려는 이유는 과연 무엇이냐"며 "윤 의원이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비롯한 여권 후보들에게 촌철살인의 비판을 해왔던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유승민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정상거래를 불법투기로 둔갑시키고 이를 딸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전근대적인 연좌제나 다른 없다"며 "(민주당은) 탈당 권유를 받은 12명 중 10명이 아직도 당적을 갖고 있다. 누가 더 비루하고 비겁한지 국민들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했다.
원희룡 후보 역시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도 농지법 위반에 대해 뭉개고 있는데, 본인 일도 아닌 부모님이 하신 일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뜻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친야 지지자들은 윤 의원의 결정을 높이 평가하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친야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누리꾼들은 "윤희숙 의원 대처가 너무 극단적이긴 한데 (비슷한 의혹을 받은) 정치인 중 가장 도덕적" "민주당과 비교되는 모습"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는다) 시전한 윤 의원, 야망이 큰 사람인 듯" "비록 죄는 지었지만 책임지는 모습이 멋있다" 등 반응을 보였다.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의 일부 회원들도 민주당과 비교하며 "의원직 버리는 거 쉽지 않았을텐데 민주당 의원과 장관들이 욕 먹을 각오로 일하지 않는 것 같아서 민주당 이러다 선거 망하겠다 싶다" "그 당은 싫어하지만 여태껏 이런 상황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아서 신선했다" 등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 사이에선 "사퇴 쇼" "잘못을 했으니 책임지는 것이 당연" "피해자 코스프레" 등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후보 측도 윤 의원을 겨냥해 "속 보이는 사퇴 쇼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고 직격했다.
이 후보의 열린캠프 김남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진정 사퇴 의사가 있다면 언론플레이를 하거나 기자회견을 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장을 찾아가 사직서를 제출하면 된다"며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고 말로만 사퇴하겠다고 하다 당의 만류로 의원직을 유지하는 '속 보이는 사퇴 쇼'가 현실이 된다면 주권자를 재차 기만한 후과가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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