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출판사 논형이 일본의 청일전쟁 외교비록을 담은 ‘건건록(蹇蹇錄)’을 출간했다고 25일 밝혔다.
논형에 따르면 건건록은 청일전쟁 당시 이토 히로부미 내각의 외무대신이었던 무쓰 무네미쓰가 동학농민운동의 발발부터 러시아·독일·프랑스의 3국간섭, 일청강화조약까지의 외교사안을 서술한 책이다.
건건록의 저자 무쓰 무네미쓰는 일본 역사와 메이지시대 일본 정치외교사에 밝지 않은 보통의 한국인에게는 낯설며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일본 외교사에서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청일전쟁(1894~1895)’ 당시 이토 히로부미 내각의 외무대신이 바로 무쓰 무네미쓰다. 무쓰가 청일전쟁 발발과 경과, 그리고 삼국간섭 등의 수습을 외교적으로 ‘지도指導’한 전말을 기록한 것이 건건록이다.
건蹇은 ‘한 쪽 다리를 절름거린다, 즉 어렵고 힘들다’는 뜻이다. ‘건건蹇蹇’은 역경易經의 제39괘인 ‘건괘蹇卦’의 “왕신건건, 비궁지고(王臣蹇蹇, 匪躬之故, 임금과 신하가 험난한 것은 자신의 개인적 이유를 두지 않음이다)”라는 글에서 따 온 것이다. 즉 이 책의 제목은 청일전쟁을 전후한 어려운 시기에 일신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일본의 이익을 위해 군주와 나라에 충성을 다한 과정을 기록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무쓰 무네미쓰는 ‘외무성의 공문기록을 기초로 하면서도 공식 문서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진의를 드러내어 외교의 진면목을 다시 알리고자’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과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삭제했다. 이번 건건록에서는 새로운 번역과 청일전쟁연구의 권위자인 나카쓰카 아키라의 해설과 교주를 통해 일본이 청일전쟁을 일으킨 최종목적과 청일전쟁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다.
논형은 “‘청일전쟁’ 그 자체를 모르는 우리나라 사람은 별로 없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전쟁을 먼 옛날 중국 청나라와 일본 사이에 벌어진 두 나라만의 싸움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19세기 말 일본과 중국이 조선을 영유하기 위해 싸웠다는 사실, 그 전쟁이 이 나라와 민중의 삶을 짓밟고, 민중의 재산과 노동력을 강제로 수탈한 결과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하는 기반을 구축한 사실을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일전쟁’의 가장 큰 근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우리가 반성하지 않는 것 역시 오늘날 다시 되짚어 보아야 할 정치외교적 이슈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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