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법무부 차관이 빗속에서 야외 브리핑을 하는 동안 법무부 직원이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는 장면이 포착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과잉 의전’을 향한 비판이 거세다.
27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강성국 법무차관은 아프간 특별입국자 초기 정착 지원에 관련된 야외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날 진천에는 시간당 10㎜의 비가 내렸다. 강 차관이 브리핑을 하는 내내 한 법무부 직원은 정장 차림으로 맨바닥에 무릎을 꿇고 우산을 들어 강 차관 위에 씌었다.
정치권에서는 비판 여론이 나왔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21세기에 이런 장면이라니 눈을 의심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신분제가 있는 나라인가 싶다. 법무부 차관은 ‘나으리’고 직원은 종이냐”고 날을 세웠다.
강 의원은 “2021년 대한민국 정부에서 이런 식의 의전을 하고 있다니 황당하고 부끄럽기 그지 없다. 차라리 우산을 직접 들거나 잠시 비를 맞지 그랬냐”며 “법무부는 이 일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관련 사진을 올리며 “저 직원도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 아닌가.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라며 “저 차관님 나리 반성하셔야”라고 지적했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눈을 의심케 하는 ‘황제의전’”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임 대변인은 “강 차관은 물에 조금이라도 닿으면 녹아내리는 설탕인 것인가. 그야말로 물에 젖으면 큰일이 난다고 생각하는 ‘슈가보이’ 아니겠는가”라고 비꼬았다.
네티즌도 지나친 의전이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2021년 대한민국 맞는 거냐”, 부모가 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냐”, “모욕감마저 든다. 비 좀 맞으면 안 되냐” 등의 반응이 줄지어 달렸다.
일각에서는 해외 대통령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2017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충일에 해당하는 ‘추모와 애도의 날’에 폭우를 맞으며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우산을 쓰고 있었지만, 푸틴은 헌화를 위해 우산을 접고 비를 맞으며 의식을 진행했다.
논란이 커지자 강 차관은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는 27일 사과문을 통해 “오늘 특별기여자 입국 관련 브리핑이 폭우 속에서 진행됐다”며 “엄숙하고 효율적인 브리핑이 이뤄지도록 저희 직원이 몸을 사리지 않고 진력을 다하는 그 숨은 노력을 미처 살피지 못한 점,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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