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속도가 한층 빨라지며 임신부는 4분기(10월~12월)부터 백신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접종 계획이 정확히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1차 접종을 하고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접종자들은 2차 접종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8일 30대 여성 A씨는 "화이자 1차 접종 이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며 "임신 초기 상태인데 이달 말 2차 백신 접종이 예약돼 있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같은 질문이 적지 않다.
한 지역 맘카페 회원 B씨는 "모더나 1차 접종 후 임신을 확인해 너무 불안하다"며 "접종을 마무리하고 싶은데 2차 접종은 무리인 걸까"라고 질문했다.
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얀센 1차 접종 후 임테기(임신 테스트기) 두 줄 확인했다" "1차 접종하고 임신 확인했는데 아직 데이터가 많지 않은 것 같아 걱정된다" 등 글이 잇따랐다.
현재 임신을 확인했다면 백신 접종은 불가하다.
4분기부터 임신부도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다는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 권고가 나오긴 했으나 아직 임신부·소아청소년에 대한 접종 계획이 아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이들에 대한 자세한 접종 계획을 수립해 9월 중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백신 및 예방접종 누리집' Q&A를 살펴보면 '임신 중일 때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맞을 수 있나'란 질문에 "아니다. 임신부의 경우 아직 임상시험 결과가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안전성 및 효과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신부는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적혀 있다. 현재 코로나19 예방접종 예진표에도 여성에 현재 임신 중인지를 확인하는 문항이 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임신부 접종) 권고안은 4분기 예정으로 아직 계획을 수립 중인 것이지 완료된 것은 아니다"면서 "예약된 2차 접종 시기가 4분기 이전이라면 '임신부도 접종이 가능하다'는 발표 시기까지 미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2차 접종 일정을 미루는 것은 보건소의 권한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 어떻게 다시 예약을 해야 하는지 보건소에 문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임신으로 인해 2차 접종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경우 1차 접종의 효과가 떨어지거나 접종 간격이 너무 벌어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특히 화이자·모더나 등 mRNA 백신 접종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백신 수급 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해 6주로 늘린 상황이다. 당초 권고대로라면 1·2차 접종 간격은 화이자의 경우 3주, 모더나는 4주이다.
독일은 화이자와 모더나 접종 간격을 최대 6주까지 권장하고 있으며 영국은 8주 간격으로, 캐나다는 최대 16주까지 허용하고 있다.
1차 접종만으로 감염을 차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1차만으로도 어느 정도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폴리티코가 지난 7월23일 캐나다 연구진의 논문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1차 접종을 기준으로 델타 변이에 대한 백신별 예방률은 화이자, 모더나, AZ가 각각 56%, 72%, 67%로 조사됐다. 이보다 앞선 영국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서는 델타 변이에 대한 백신 1차 접종 예방률이 화이자 36%, 아스트라제네카(AZ) 30%로 나타났다.
경기도 지역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임신부가 아니더라도 본인의 건강 악화 등으로 인해 (권고된 접종 간격인) 6주를 훨씬 넘겨 2차 접종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1차 접종 후 임신을 확인한 분들의 경우 아이와 산모의 안전이 더 우선인 만큼 (접종 계획 수립 때까지) 접종을 미루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미국·영국 등 주요국은 접종을 권장하고 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화이자 백신을 12세 이상으로 허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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