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은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오디션 프로그램 ‘청춘유니’에서 출연자 팬클럽이 투표를 위해 협찬사 우유를 사재기 한 뒤 내용물을 버리는 영상이 공개돼 중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당국은 이런 행동이 먹거리 낭비를 금지한 시진핑 주석의 지시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단속에 나섰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는 지난달 말 ‘무질서한 팬덤 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연예인을 위해 모금하는 팬클럽 해산’ ‘음원 중복 구매 금지’ 등을 규정했다.
중국에 불어 닥친 연예계 정풍운동(1940년대 공산당이 당 내 잘못된 풍조를 바로잡자며 펼친 정치문화운동)에 K팝 기획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온라인 팬 활동이 위축되면 팬들의 구매력도 떨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중국 팬클럽이 추진하는 대형 옥외 광고 등은 당분간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의 팬클럽은 거금을 모아 비행기 광고를 하려다가 60일간 웨이보 계정을 정지당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런 조치가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매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문은 “한국 연예산업이 음반이나 아이돌 관련 상품 판매에서 중국 팬클럽에 많이 의존한다”며 “중국의 스타 추종문화는 한국이 근원이며 연예계 정풍운동에서 한국 스타가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K팝 기획사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의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아직 피부로 와 닿는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팬클럽 웨이보 계정 정지는 우리나라로 치면 온라인 커뮤니티 한 곳을 막은 셈인데, 이것이 음반 등 관련 상품 판매량 하락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잘 모르겠다”는 관측이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중국이 K팝을 겨냥했다기보다는, 자국에서 활동하는 연예인의 사생활 검증과 퇴출에 더욱 힘을 쏟는 분위기”라며 “당장 한국 기획사가 받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원은 “최근 몇 년 간 대륙별 K팝 음반 수출 비중을 살펴보면, 아시아의 비중은 줄어들고 북미와 유럽 비율이 증가했다”며 “중국의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100만~200만장가량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올해 K팝 음반 수출량이 5000만장 이상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규제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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