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빼 직원에 마지막 월급…'코로나 경영난' 자영업자의 비극

원룸 빼 직원에 마지막 월급…'코로나 경영난' 자영업자의 비극

경영난에 극단적 선택

기사승인 2021-09-13 07:42:49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서울 홍대 인근 번화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 쿠키뉴스DB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정부의 방역 조치도 길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에서 20년 넘게 맥줏집을 운영하던 50대 자영업자가 경영난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57)는 지난 7일 자택인 원룸에서 숨을 거둔 채 발견됐다. 사망 시점은 발견 며칠 전으로 추정됐고 지인에게 마지막으로 한 연락은 지난달 31일이다. 

A씨는 1999년 서울 마포에서 처음 맥줏집을 시작해 23년째 자영업을 해왔다. 코로나 사태 이전만 해도 그가 운영하는 가게는 입소문을 타며 한때 식당, 일식주점 등 4곳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A씨는 직원들에게 업소 지분을 나눠주고 요식업계선 드물게 주 5일제를 시도하거나 연차를 만드는 등 직원들을 아꼈다. 한식뷔페를 할 때는 음식을 많이 장만해 복지재단에 보내고 정당이나 단체들에 후원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2년째가 되면서 매출을 3분의 1로, 하루 10만원 아래로 꺾였고 영업제한 조치가 강화된 지난해 말부터는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고 한다. 

직원들의 추모글 사진=유족 제공, 연합뉴스
결국 100석 규모의 가게 1곳만 남았지만 월세 1000만원과 직업 월급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됐고, A씨는 남은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살고 있던 월급을 뺏고 모자란 돈은 지인들에게 빌려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A씨 곁에서 발견된 휴대전화에는 채권을 요구하거나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메시지들이 남아있었다.

지난 12일은 A씨의 발인 날이었다. 빈소에는 그간 고인과 함께 일한 직원들의 발길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추모 공간에도 그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했던 직원들이 '알바했던 직원이다. 이제는 편안한게 쉬세요' '사장님 너무 감사했다. 사랑한다' 등과 같은 글을 남겼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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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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