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직장갑질 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9월7일~14일,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갑질의 정도를 수치화한 결과에 따르면 갑질종합지수는 19점이다. 등급으로 따지면 C-다.
0점에 가까울수록 갑질이 없고 점수가 높을수록 갑질이 심각하다. A등급(0~5점)은 갑질 청정지대, B등급(6~10점) 갑질 안전지대, C등급(11~20점) 갑질 오염지대, D등급(21~25점) 갑질 위험지대, F등급(26점 이상)은 갑질 만연지대로 분류됐다.
평균 점수 30점 이상의 심각한 항목도 있었다.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가기 힘들다(34.5점) △열심히 일해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32.3점) △아파도 마음 편하게 쉬기 어렵다(32.2점) △불만이나 고충이 있어도 자유롭게 털어놓기 어렵다(30.6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을 때 신고자 신원이 노출될 것 같다(30.1점) 순이다.
공공기관에서 일한다는 한 사례자는 “백신을 맞고 통증이 심해 병가를 요청했는데 상사가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며 “원하는 특정 요일에 업무상 이유가 없는데도 연차를 못 쓰게 한다. 휴일이나 연차에도 지속적으로 연락해 업무를 지시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폭행(6.6점), 위협(7.0점), 종교·후원강요(7.4점), 반성문(8.2점), 장기자랑(9.0점) 등은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만 뿌리 뽑지는 못했다. 또 다른 사례자는 “상사가 ‘업무보고를 이따위로 하느냐’고 욕을 하면서 오른손으로 제 팔을 가격했다. 폭행에 대해 억울하면 경찰에 신고하라고 소리쳤다”며 “‘야 귓방망이 맞고 싶냐? 밥을 처먹든 말든 일을 끝내’라는 폭언을 한 적도 있다. 하루이틀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야, 너 장난하냐?”, “주제 넘는 말을 한다”는 폭언 등을 경험해 불안증세·불면증·호흡곤란·자살충동을 느낀다는 이도 있었다.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서 갑질이 더 심각했다. 민간 30~300인 미만(21.5점), 민간 5~30인 미만(20.9점) 등이다. 중앙 및 지방 공공기관(15.9)으로 조사됨.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아 갑질지수가 낮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통계에 제대로 포함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아도 되기에 더욱 열악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청에 직장 내 갑질을 신고하더라도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갑질 대응 관련 불신도 높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응답자 중 72.7%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했다. 중복응답 기준,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 25.3%, 회사를 그만두었다 21.5% 등도 높게 나타났다. 회사 또는 정부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5.9%에 그쳤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68.1%),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22.8%) 등으로 집계됐다.
직장 내 갑질을 근절할 방법은 없을까. 법망은 더 촘촘해졌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오는 14일부터 개정된다. 사용자가 직장 내 갑질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거나 피해자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처벌한다. 가해자가 사용자이거나 사용자 친인척일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
인식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단순히 법률의 내용만을 이야기하는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사업장의 특성에 맞는 괴롭힘 유형, 사례들을 갖고 구체적인 지침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 전 설문조사가 필요하다”며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인권 문제라는 점을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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