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모아 감성?” 남양주 시내버스 커플석을 타봤습니다

“캔모아 감성?” 남양주 시내버스 커플석을 타봤습니다

기사승인 2021-10-08 06:05:02
7일 오전 10시 경기도 남양주시 준공영제 버스 11번 ‘땡큐버스’ 내부 모습. 창문을 마주보게 배치된 커플석이 있다. 정윤영 인턴기자

[쿠키뉴스] 정윤영 인턴기자 =“데이트용인가? 솔로들은 못 앉을 듯”, “캔모아 감성이다”

온라인상에서 창문을 마주 보고 나란히 두 좌석이 배치된 시내버스 모습이 화제다. 지난 6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양주 시내버스 커플석’이라는 제목으로 2인석 버스 의자 사진이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실제 커플이 앉을까?”, “제일 민망한 건 커플석 뒷자리 첫 줄에 앉는 사람” 등 반응을 보였다. 

해당 좌석이 설치된 버스를 이용했다는 이들은 “혼자 앉았는데 옆에 모르는 누가 앉아도 이상하지 않더라”, “어르신들이 많이 앉는다” 등 경험담을 남겼다. 급정거 시 위험한 것 아니냐며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 좌석의 이름은 실제로 ‘커플석’이다. 커플석은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운행 중인 남양주형 준공영제 버스 노선 ‘땡큐버스’ 중 외관이 분홍색인 10번, 11번, 30번, 50번, 60번, 70번, 90번 버스에 설치돼있다.

땡큐버스는 남양주시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버스다. 남양주시는 관내 면적이 넓어 권역별로 연결할 수 있는 버스 노선이 빈약했다. 현재 땡큐버스의 모든 노선은 남양주 시청이 있는 금곡동을 중심으로 운행되며, 시내 일반 버스 또는 마을버스 등급으로 운행된다. 금곡동에서 한 번만 환승하면 남양주 어디든 갈 수 있다.

땡큐버스 커플석 앞 창틀에 붙어있는 문구. 정윤영 인턴기자

7일 오후 6시 남양주시 다산동 금강펜테리움 1차 정류장에서 11번 땡큐버스를 타봤다. 운전석 바로 뒤로 분홍색 덮개를 씌운 커플석 2개가 보였다. 커플석을 제외하고는 1인석이 5개, 2인석이 3개, 노약자석이 2개로 다른 시내버스 내부와 비슷한 구조다. 커플석 바로 앞 창틀에는 “연인과 함께 사랑으로 달리는 땡큐버스(커플석)” 문구가 써붙어있었다.

여러 시민이 버스를 탔지만 아무도 커플석에는 앉지 않았다. 기자가 직접 운전석 뒤 두 번째 커플석에 앉아봤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다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정거장마다 새로 탑승하는 사람들이 의아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5개 정거장을 지나고 나서야 운전석 바로 뒤 첫 번째 커플석에도 한 탑승객이 앉았다. 직장인 조모(26⋅여)씨는 “퇴근길에 창밖을 보면서 갈 수 있어 땡큐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며 “땡큐버스에 사람이 많지 않은 편이라 커플석에 앉아도 민망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11번 땡큐버스 외관 사진. 정윤영 인턴기자

땡큐버스 커플석은 주로 누가 이용할까. 1년째 땡큐버스를 운전하고 있는 40대 버스 기사 김모씨는 “보통은 커플이나 친구끼리 타기보다는 어르신들이 많이 탄다”라며 “백화점이나 시내 등을 다니는 노선이 아니라 교통편이 닿지 않는 곳에 정류장을 두다 보니 커플이나 친구들끼리 이벤트성으로 오기는 힘든 것 같다”라고 전했다.

남양주 대중교통과 버스 행정팀 관계자는 “바다열차(코레일 운영하는 동해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열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땡큐버스 창문뷰 커플석을 만들었다”며 “일상적인 시내버스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나서 시민들이 색다르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버스 밖의 정경도 감상하는 관광버스 개념을 접목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분홍색 외관을 가진 버스는 ‘사랑, 고마운 버스’를 모티브로 하고 있어 이미지에 맞는 커플석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2019년 12월 처음 땡큐버스가 개통되고 2년 가까이 운행을 계속하는 동안 사고 한 건 없었다”며 “구조변경 승인을 받은 차량이기 때문에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yuniejung@kukinews.com
정윤영 기자
yuniejung@kukinews.com
정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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