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행장이나 금융지주 회장과 관련된 이슈가 사실상 소멸되면서 안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대장동 사업과 연루된 금융사는 정치권의 집중적인 타깃이 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금융권 국정감사에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증인 명단에 제외됐다. 금융권 CEO(최고경영자)가 증인 명단에 오르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것이다.
오히려 정치권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대장동 개발 사업에 관련된 금융사는 하나은행 컨소시엄과 SK증권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 대출 규제나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등이 남아있긴 하나 대장동 개발사업 논란이 확산되면서 사실상 이슈에서 멀어진 상태”라며 “대통령 선거가 몇 개월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휘발성이 큰 부동산 개발 사업이 핵심적인 아젠다(의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치권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여러 의혹에 대해 금융당국의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대장동 개발 사업 설계와 관련해 하나은행 컨소시엄과 SK증권 간 특혜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하나은행이 컨소시엄 구성 단계에서 화천대유를 사업 파트너로 선택한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하나은행 컨소시엄 구성 당시 대형 개발사업의 시행사(화천대유)를 단 21시간 만에 결정해서다. 또한 입찰 당시 하나은행이 제출한 계획서도 경쟁업체(메리츠 컨소시엄)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민의힘 대장동 게이트 태스크포스(TF) 측은 하나은행에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화천대유와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맺은 주주 간 계약서, 사업 공모 제안서 등을 제출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IB(투자금융)업계에서는 개발 사업을 위한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구성에 대한 규제가 허술하다고 지적한다. IB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자본력을 가진 시행사가 사업 초기부터 전체 개발 사업비의 약 30%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한다”며 “반면 국내의 경우 개발을 위한 토지확보와 인허가만 받으면 초기 자본 투입이 적더라도 PFV 구성에 어려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휘발성 큰 정치적 이슈로 인해 국정감사의 본연의 감시 기능이 소홀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남 대장동 이슈가 커지면서 나머지 국감 이슈는 소외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대장동 논란이 커지자 금융사들은 한시름 놓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이슈로 금융권을 흔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국회는 얼마 전까지 가상자산(가상화폐)와 관련해 권준학 NH농협은행장에 대한 증인 신청도 검토했으나 대장지구 논란이 커지면서 채택이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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