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오세훈 분양원가 ‘설전’...‘그래서 얼마라는 거지?’

이재명·오세훈 분양원가 ‘설전’...‘그래서 얼마라는 거지?’

이재명 "가짜 분양원가 공개 그만둬라"
오세훈 "대장동 택지원가부터 공개해라"
분양원가 일부 공개에도 여전히 알쏭달쏭
"원가 공개, 분양가 적절성 논란 불러올 것"

기사승인 2021-10-15 06:05:01
쿠키뉴스 DB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아파트 원가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이재명 지사가 “가짜 분양 원가 공개를 그만하라”고 지적하자 오 시장은 “건설사가 이윤을 붙여서 제출한 것을 올려놓고 분양원가 공개라니 황당하다”고 반격한 것. 서민이 감당하기 어려운 아파트 값을 잡기 위해 분양·건설원가 공개를 정책으로 밀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 두 명이 설전에 나선 상황. 이에 두 지자체장의 설전을 근거로 분양원가 공개의 문제점에 대해 살펴봤다.

먼저 이 지사가 지적한 부분을 살펴보자. 이 지사는 지난 1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오세훈 시장님, ‘가짜 분양 원가 공개’ 그만하고 할 거면 경기도처럼 제대로 하십시오”라며 “시늉내기 개혁은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7년 추진하여 치적처럼 홍보하는 ‘가짜 분양 원가 공개’가 대표적”이라며 “2007년 서울 SH 공사의 ‘발산 1, 3, 6단지 특별공급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자료는 달랑 8페이지에 설명 자료를 포함해 20페이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오 시장은 지난 2006년 9월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논란이 발생하자 서울도시주택공사(SH)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를 선언하고 2007년 3월 서울시 조례를 만들어 분양원가 61개 항목을 공개했다. 당시 오 시장은 “서울시내에서 분양하는 공공아파트의 분양원가를 상세히 공개하는 등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같은해 5월 발산 1, 3, 6단지의 분양 원가가 공개됐다. 이 지사는 오 시장이 이렇게 공개한 분양 원가를 ‘가짜’로 지적한 것.

△이재명은 왜 가짜라고 지적했나 

SH의 건설원가 공개자료(왼쪽)와 GH의 건설원가 공개자료(오른쪽).   출처=이재명 페이스북  

이 지사가 오 시장의 원가 공개를 ‘가짜’라고 지적한 글에서 근거는 분량 밖에 없다. SH의 원가 공개 분량이 GH의 800페이지와 비교했을 때 너무 적다는 것. 다만 오 시장이 원가 공개에 나선 이후 벌어진 사건을 살펴보면 이 지사가 지적한 배경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오 시장의 원가 공개 직후 서울 상암, 발산, 장지 지구 아파트 건설 하도급 내역서 공개를 요구했다. 경실련은 공개된 원가가 정말 순수한 건설 원가인지 의심했다. 예를 들어 대형 건설사가 100억원에 일을 받으면 40억원을 챙기고 60억원에 하도급을 줘 40억원 어치의 건설원가가 부풀려 진다고 본 것. 이에 따라 경실련은 도급·하도급 내역을 파악하기 위한 자료 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SH가 관련 자료의 공개를 거부하면서 결국 같은해 소송전까지 벌어졌다. 경실련과 SH의 소송전은 2년 동안 진행됐으며, 2009년 경실련이 승소하면서 일단락 됐다. 그럼에도 SH의 자료 공개 거부는 최근까지 반복됐다. SH가 마곡·내곡지구 등의 설계내역서와 하도급내역서 등을 공개 거부하자 경실련이 다시 소송을 제기해 2019년 승소했다.

일련의 상황을 보면 건설 원가 공개는 설계내역서, 도급내역서, 하도급내역서 등 세부자료까지 공개 돼야 완성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지사의 가짜라는 지적은 이러한 건설원가 공개의 단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장동 토지 매입 꺼내든 오세훈

광주역세권A1블럭 공사원가계산서. 건설원가 공개를 위해 GH는 이러한 자료 800페이지 분량을 공개했다.   자료 출처=GH 

공개된 건설원가를 검증하기 위해 필요한 하도급 내역.   출처=GH 홈페이지. 

지적을 받은 오 시장도 반격에 나섰다. 오 시장은 “이재명 지사가 분량 자랑하는 그 800페이지 자료는 건설사가 제출한 설계내역서를 그대로 올린 것”이라며 “건설사가 이미 이윤을 붙여서 제출한 것을 그대로 올려놓고 분양원가 공개라니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라고 반박했다. 

오 시장이 지적한 ‘건설사가 이미 이윤을 붙여서 제출한 자료’라는 부분은 경실련이 지적한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건설사가 원가를 부풀려 신고한 자료를 그대로 공개한 것뿐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SH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건설 원가 공개를 보면 GH가 한 발 앞서 공개 범위 등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오 시장의 지적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

이 지사는 2018년 3월 GH홈페이지에 2015년 이후 현재까지 계약금액 10억원 이상 건설공사 원가를 공개했다. 이 지사가 공개한 자료에는 부풀려진 건설 원가를 따져보기 위한 설계내역서, 도급 및 변경내역서, 하도급내역서, 원하도급대비표 등 세부자료 역시 포함됐다. 

오 시장은 “대한민국에서 건축공사비는 분양가의 30%에 불과합니다. 분양가의 거의 대부분은 토지비가 차지하고 있고, 땅값이 비싼 수도권은 그 비중이 더 큽니다”라는 며 “대장동 개발 사업은 공공의 탈을 쓰고 헐값으로 토지를 매입해서 초고가에 분양한 사업으로, 입주민들에게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게 마땅하지 않습니까?”라는 지적도 내놓았다. 

보통 분양원가는 토지 매입과 정비에 들어간 택지 원가와 아파트를 건설할 때 들어가는 건축원가에 따라 결정된다. 대장동 사태는 토지강제 수용을 통해 헐값에 토지를 매입해 높은 분양가에 아파트를 분양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이 개발 업자에게 돌아간 문제점을 드러냈다. 오 시장은 이에 택지 원가에서 분양가가 부풀려 질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이를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여전히 알쏭달쏭한 분양원가

LH의 원가 공개 자료. LH와 SH, GH 3개 공기업 가운데 가장 공개 항목이 적다. 공개율도 저조하다.   출처=LH 

이재명 지사와 오세훈 시장의 설전은 현 분양원가 공개 제도가 검증과 세부적인 자료의 추가적인 공개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나마 SH가 건설 원가 검증을 위한 세부 자료를 올해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밝혀 앞으로는 아파트 원가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이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최대 규모의 개발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여전히 아파트 원가 공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LH의 건설원가 비공개율이 57%에 달한다”며 “법원이 건설원가 공개로 영업상 침해 받는 바가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LH는 '영업상 비밀이니 공개 못한다'며 항소하는 등 건설원가 공개를 거부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현준 LH사장은 "적정 분양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원가를 공개할 경우 분양가 적정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타주택 부문으로의 원가공개 요구도 확산될 수 있어 주택품질 저하 등의 문제도 있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일부 건설 원가나 택지 원가가 공개되고 있지만 너무 난해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적으로 GH가 공개한 800페이지가 넘어가는 건설 원가 자료를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고, 자료 별로 별도 공시돼 접근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재 공공사업을 중심으로 공개되고 있는 원가 공개가 민간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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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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