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전세대출 제한, 집값 하락 마중물?...“영향 제한적”

고가 전세대출 제한, 집값 하락 마중물?...“영향 제한적”

"제한 효과, 강남 등 일부 지역에 한정 될 것"
"평균 전세 6~7억, 9~15억 제한 큰 영향 없어"

기사승인 2021-11-06 06:00:27
쿠키뉴스DB

정부가 고가 전세대출의 보증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집값이 하락 또는 안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갭투자 차단으로 서울 집값을 견인해온 강남 등의 집값 변화가 불가피해서다. 다만 전문가들은 고가 전세대출 제한이 서울 전체 부동산 시장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6일 부동산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SGI서울보증은 지난 1일 금융당국 주도의 가계부채 관리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내년부터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SGI의 전세대출 보증 한도는 없다. 이를 9억원 또는 15억원 수준에서 제한하겠다는 구상이다. 

고가 전세대출이 제한될 경우 고가주택의 전세값은 물론 매매값 상승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세대출 제한에 따라 고가 주택에 대한 전세수요가 줄고, 수요 감소에 따라 집주인들이 전세값을 올리기 부담스러워 져서다. 

또한 고가 주택에 대한 전세수요가 줄어들면 집을 사 모자른 금액을 전세자금으로 메우는 ‘갭투자’가 어려워 진다. 갭투자로 구매한 주택도 새 세입자를 구하는 문제가 발생 할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갭투자 차단에 따라 집값 하락까지 점치기도 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고가 전세대출 제한은 고가 전세에 대한 유효 수요를 줄여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 목동 등의 갭투자 수요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고가 주택의 가격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가 전세대출 제한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비롯해 용산·여의도·목동 등 고가 주택이 모여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서울 전역에 영향을 미치기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박 전문위원은 “강남 3구나 용산, 여의도 등의 고가 전세대출 제한 영향이 서울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지만 이는 여러 단계를 거쳐 파생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며 “전세대출 제한이 전체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체 시장의 움직임을 보기 위해서는 공급 등 다른 여러 변수와 함께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가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 규제의 영향이 기대와 달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출 규제의 대상이 고가 주택으로 한정되고, 고가 전세주택에 사는 이들의 자금능력이 충분해 규제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고가 주택에 거주하는 이들은 현금 여력이 충분한 경우가 많고, 자금이 부족할 경우 일부를 월세로 전환할 수도 있다”면서 “서울 평균 전세가 6~7억원인 상황에서 9~15억원의 전세대출 제한이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고가 전세대출 제한의 목적이 특정 지역에 대한 규제라면 대출 규제 보다 토지거래구역 제한 등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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