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면 건설 현장도 모두 셧다운(shutdown) 될 겁니다. 개별 회사 차원에서는 별다른 대응 방안이 없어요. 정부의 신속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전국의 아파트는 물론 도로·교량·상하수도 건설 공사가 요소수 부족에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요소수 부족으로 건설 자재를 실어 나를 덤프트럭은 물론 포크레인, 불도저 등이 멈춰 설 상황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회사 차원의 대응 한계를 토로하며 정부에서 신속히 해결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은 최근 요소수 부족 현상이 공사에 차질을 불러올 것을 우려해 대응방안 모색에 분주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롯데건설, SK건설, 한화건설, 호반건설 등 국내 주요 건설사에 확인한 결과 아직까지 요소수 부족으로 멈춰선 공사 현장은 없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A건설사 관계자는 “일단 공사 자재가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데 덤프트럭이 멈춰서면 현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토목공사 현장의 우려가 더 높다”며 “토목공사 현장은 디젤로 작동하는 중장비 의존도가 높아 요소수가 없으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덤프트럭, 레미콘, 굴삭기, 펌프카 등 특수고용직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태는 더 심각하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일주일내 장비 가동이 멈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덤프트럭, 레미콘, 굴삭기, 펌프카 등 건설기계는 보통 하루 200~300 리터의 경유를 소모한다. 요소수 10리터가 하루 만에 동나거나, 2~3일이면 교체해야 한다. 한 달이면 200 리터가 넘는 요소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1만원 이하에 구입이 가능하던 요소수는 지역에 따라 10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나마 구할 수가 없어 건설기계 30% 가량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건설사들은 공사현장이 멈춰서면 공사기간 연장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하지만 자체 해결책도 없는 상황. 요소수를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구매해 사용하는 현 구조의 대응 한계와 글로벌 공급 부족 상황 아래 회사 차원에서도 나올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B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국내 건설 현장은 모두 건설기계를 협력사나 개별사업자에게 공급받아 운영하고 있다”며 “협력사들이 요소수를 개별적으로 수급해 사용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 차질을 예방하기 위해 건설사에서도 요소수 수급 방안을 모색해 봤지만 평소 요소수를 구매해 본 경험이 없고, 해외 구매 라인도 없어 문제를 해결할 뚜렷한 방안이 없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요소수 부족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건설업의 실적 쇼크는 물론 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C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3분기 상장 건설사 실적을 보면 다들 시장 컨센서스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이후 글로벌 원자재값 상승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반영된 결과”라며 “요소수 부족으로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 주택이나 도로의 공급이 지연되고, 건설사는 추가 비용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건설업계는 물론 건설기계 근로자들은 정부의 해결책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건설기계 근로자들은 요소수 부족에 생계가 어려워 지면서 정부에 즉각적인 대응책을 촉구하고 있다. 건설노조 측은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최근 기름값이 오른데다 요소수 가격도 폭등해 생계고에 직면하고 있다. 유류대와 요소수값만 40~50만원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9일 요소수 사태에 대한 집회를 개최하고 정부대책을 촉구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