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총장이 만약 우리 당에 들어와 함께 한다면, 제가 비단주머니 3개를 드리겠습니다. 급할 때마다 하나씩 열면 됩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공언해온 비단 주머니가 하나씩 풀리고 있다. 그가 윤석열 후보에게 ‘대선 승리 비책’이라며 건넨 주머니 안엔 뭐가 들었을까.
앞서 이 대표는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후보에게 실물 비단 주머니를 전달했다. 비단 주머니는 이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준비해 온 필승 전략을 상징한다. 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일화로, 제갈공명이 조자룡에게 3개의 비단 주머니를 건네며 위기의 순간이 닥칠 때마다 하나씩 열어보라고 일렀다는 내용이다. 자신을 제갈공명에, 윤 후보는 조자룡에게 빗댄 셈이다.
첫 번째 비단 주머니는 풀렸다. 윤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를 돌파할 계책인 ‘크라켓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다. 이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디지털정당 위원회 위원장 이영 의원과 디지털 정당위원회 관계자들이 지금까지 보안 지켜가면서 잘 준비해 왔다”며 “순서상 먼저 나오게 돼 비단주머니 1번이 됐다”고 알렸다.
크라켓은 신화에 등장하는 바다 괴물로 킹크랩 등을 잡아먹고 산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겨냥해 지은 이름이다. 국민의힘은 크라켓을 이용해 주요 키워드에 따른 기사와 댓글 움직임을 분석할 예정이다. 인위적 댓글부대 등을 이용한 조작이 의심될 경우, 주요 감시목록에 올려놓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는 방식이다. 대선 경선 과정 중 발생할 네거티브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목표다.
비단 주머니 1번이 풀리면서, 나머지 주머니에 담긴 비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가장 높게 점쳐지는 것은 MZ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청사진이다. 전체 유권자 대비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이들은 이념 및 지역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게 특징이다. 선거 당시의 정치 이슈와 자신의 이익에 따라 투표하는 ‘캐스팅보터’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이유다.
윤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저조한 청년층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후보 선출 후 당 지지층의 이탈을 겪고 있는 점도 난제다. 경쟁 주자였던 홍준표 의원의 주요 지지층인 2030세대를 끌어안는 것이 선 과제로 꼽힌다.
이 대표도 이를 주시하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비단 주머니의 내용 중 하나가 20·30세대를 끌어안는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층을 사로잡을 정책과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계획이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당원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개설 추진과 관련한 내용을 공유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는 5일 페이스북에 “당원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정치의 문화를 바꿔나가기 위한 비단 주머니를 하나하나 풀어내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보다 개선된 온라인 소통 창구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선거대책위원회 재구성을 둘러싼 전략도 비단 주머니의 하나로 추정된다. 이 대표는 현재 윤 후보의 캠프를 해체한 뒤 실무진 중심의 선대위로 재편하자고 주장했다. 윤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영입한 전·현직 의원들의 잦은 말실수나 캠프 내부의 힘겨루기를 목격한 탓이다. 전면적인 ‘물갈이’를 통해 대선 승리를 모색할 전문가를 영입하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카드도 섞여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우리 후보에 대해 벌써 민주당에서 굉장히 터무니없는 공격을 많이 하는데, 이 상황에서 메시지전으로 극복할 사람은 김 전 위원장 외에는 실적 있는 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청년세대를 선대위 전면에 배치하는 방안과 효과도 전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청년층에서 대표성을 띤 인사나 공약 개발에 참여할 이들을 영입하자는 구상이다. 그간 이 대표는 청년 중심 정치를 강조해왔다. 그는 “기존 여의도식 정치 문법이 아닌 청년들이 유대감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청년 중심 정치를 구현하고자 한다”며 “원하는 시간·형태의 정당 활동이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도 이 대표의 비단주머니에 청년층을 겨냥한 선거 전략과 여권의 공세를 방지할 대책이 담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 중도층과 청년세대 표심을 얻을 아이디어와 네거티브 공세를 막을 방법을 소상히 전달했을 것”이라며 “비단 주머니는 대선후보를 지켜주겠다는 상징적 의미다. 정치권 안팎의 공세로부터 윤 후보를 끝까지 지지하겠다는 대내외적인 선언”이라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역시 1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차원에서 가짜뉴스를 방지할 전략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며 “법률 자문과 네거티브 대처를 이끌 팀을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