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지원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박근혜 정권 당시 ‘문고리 3인방’을 들며 윤 후보에게 재차 사람 정리를 충고했다.
김 전 위원장은 1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후보를 향해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상황 인식이 정확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대통령들을 보면 지나치게 특정한 사람, 편리한 사람에 집착하다 결국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현재 윤석열 캠프 내 인사들의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고리 3인방을 들었다. 문고리 3인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을 가리키는 말이다.
김 전 위원장은 “대표적인 것이 박 전 대통령 문고리 3인방이다. (박 전 대통령이) 그 사람들만 상대해서 그 사람들 얘기만 옳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선 성공할 수가 없기에 윤 후보는 냉정한 판단을 할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윤 후보 주변에도 문고리 3인방처럼 후보 눈을 흐리는 사람들도 보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선대위 합류설에 대해서는 “후보가 확신을 갖고 결심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이 합류를 조건으로 전권을 달라고 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권을 갖다가 어디다 쓰겠냐”며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무슨 책임을 맡으면 그 목적을 위해 내가 가진 지혜를 동원해 도울 뿐”이라고 밝혔다.
다만 명목뿐인 총괄선대위원장은 맡지 않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김 전 위원장은 “내가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수 없다”며 “일을 하려면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하는데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주변 사람들이 그에 동조해 따라올 수 있지 않는다면 뭐하러 가겠냐”고 말했다.
선대위 구성에 대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크다고 해서 선거에 이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효율적으로 표를 모을 수 있느냐 하는 이런 측면에서 생각을 해야 한다. 일반 국민이 식상해 하는, 똑같은 얼굴로는 (국민이 느끼기에) 감흥이 있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선 승리를 위한 ‘야권 단일화’ 필요성을 두고는 “1월 말쯤 되면 자동으로 단일화 판단이 날 것”이라며 인위적인 단일화는 의미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위원장은 “지금 후보 서너 사람이 있는데 (본선) 진행 과정에서 본인 스스로 판단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윤 후보 선대위 구성을 두고 국민의힘 내 갑론을박이 계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은 ‘적전 분열’을 노리고 있다.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한 김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상왕 등에 빗대면서다. 윤 후보 측과의 틈새를 벌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바깥에서 볼 때는 흥선대원군 김종인, 어린 고종 윤석열, 이렇게 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구한말 아들 고종을 왕위에 세운 뒤 10년간 섭정을 한 흥선대원군에 김 전 위원장을 비유한 것이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은 우리 당에서 활동할 때도 전권을 가졌다”며 “윤 후보 입장에서는 함께 고생해 경선을 승리한 부대에 대해서 ‘파리떼, 하이에나, 자리사냥꾼’이라고 얘기하는데 그게 과연 쉽게 되겠냐”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전 위원장은 거의 이해가 일치하는 것 같은데, 윤 후보와 캠프, 여기는 상당히 대립적으로 보인다”며 내부 분열을 전망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