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외연 확장을 위한 첫 지역일정을 마쳤다. 큰 비판을 받았던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호남 민심의 성난 여론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어 ‘숙제’를 안고 돌아오게 됐다.
윤 후보는 10~11일 전남 화순에서 시작해 광주, 목포, 경남 김해를 차례로 방문했다. 양일간의 일정 중 가장 주목받은 일정은 광주 5·18 국립묘지 방문이었다. ‘전두환 옹호’ 논란에 대한 윤 후보의 사과가 예측됐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지난달 19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고 말해 ‘옹호 논란’이 일었다. 이후 사과의 목소리를 냈지만, SNS를 통해 윤 후보의 반려견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공개해 논란이 더욱 커졌다.
논란 22일 만에 광주를 찾은 윤 후보는 국립묘지 초입부터 자신의 방문을 반대하는 시민을 마주했다. 한 시민은 민주의 문 앞에 서서 ‘5·18을 부정하고 전두환을 옹호한 윤석열은 광주 영령 앞에 오지 마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윤석열은 돌아가라”를 반복해서 외쳤다.
참배단이 있는 5·18묘지 추모탑 앞에는 윤 후보의 참배를 저지하기 위해 시민단체가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지지자들과 경호원, 경찰에 둘러싸인 윤 후보는 동선을 확보해 참배단 앞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20여분간의 대치 끝에 그 자리에 서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윤 후보는 이후 준비해온 사과문을 꺼내 읽었다. 윤 후보는 “내 발언으로 상처받은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대통령이 되면 슬프고 쓰라린 역사를 넘어 꿈과 희망이 넘치는 역동적인 광주와 호남을 만들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 후보의 사과에도 ‘후폭풍’은 컸다. 사과 목적 등이 빠진 ‘반쪽사과’였을 뿐만 아니라, 사과를 받아야 할 광주시민들을 고려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사과를 강행했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5·18기념재단과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는 윤 후보 참배 직후 공동성명을 내고 “도대체 사과를 왜 하는지가 의심스럽다. 사과를 받아야 할 5·18과 시민들은 참으로 어이없다”며 “자신이 선택한 일정과 장소 방문만을 공개한 사과 행보는 지극히 일방적이었다. 어떤 내용으로 사과를 할 것인지에 대한 답변 요청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5·18묘지 언저리를 떠돌고 말았다”고 했다.
윤 후보에게 숙제도 안겨줬다. 이들은 “우리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에게 회피해서는 안 될 국가적, 국민적 과제로서 5·18문제에 대한 답변을 요청한 것”이라며 “일말의 기대는 놓지 않고 지속해서 요구하겠다. 사과의 마음이 어떻게 공약과 정책으로 구체화 되는지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도 “가슴에 불만 질렀다”고 혹평했다. 조 이사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시민들이 실망을 정말 많이 했다”고 광주시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또 ”전두환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많은 시민들을 만났어야 했다. 특히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사죄를 구했어야 했다”며 “일방적으로 사과를 통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광주지역 100여 개 시민·사회단체도 공동성명을 통해 “윤 후보는 광주 공동체가 진정한 사과의 전제로 내세운 구체적 요구에 대한 답변 없이, 분향 없는 거짓 사과를 마치고 돌아섰다. 정치 쇼로 그친 거짓 참배를 규탄한다”며 “광주 공동체의 요구는 대선 후보의 의무다. 이마저도 할 수 없다면, 대통령이 되겠다는 당신의 발걸음을 멈추라”고 압박했다.
다만 윤 후보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에선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엇갈린 평가를 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모든 분이 만족한 것은 아니겠지만, 후보가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진정성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라며 “사과한 형식은 아주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1박 2일 일정에 동행한 정운천 국민통합위원장은 윤 후보의 국립묘지 방문을 놓고 “안타까웠다”고 평가했다. 정 위원장은 12일 오전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진정한 사과에만 방점을 두고 다른 정치 행사는 일체 하지 않았다”며 “발언에 대한 사과를 진정으로 하고자 해서 제단까지 올라갔어야 했는데 일부가 스크럼을 짜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접 가서 부딪히고 설득하고, 부딪히면서 하는 (사과가) 더 진정성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윤 후보의) 기본으로 5·18 정신을 제대로 가지고 있다. 전두환의 전자만 나와도 상처를 받는 분들이 있다. 다른 예를 들어서 인사 잘하는 걸 얘기했다고 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데, 단순히 전두환 발언을 했기 때문에 그 상처받은 분들이 정말 아파했기 때문에 진정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