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이 연일 화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최종승리 이후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대한민국만 불행해진다”고 답하기까지 했다. 아슬아슬한 홍 의원의 발언에 당에선 자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 의원은 대선후보 경선에서 낙선한 뒤 지난 14일 ‘청년의꿈’이라는 청년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청문홍답(청년들의 고민에 홍준표가 답하다)’, ‘홍문청답(준표형의 질문에 청년들이 답하다)’ 등의 게시판을 활용해 홍 의원과 청년들 간 활발한 소통이 이어지고 있다. 홍 의원은 이날(18일) 오후까지 ‘청문홍답’에 올라온 질문 4215개 중 372개에 답변을 남겼다.
이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된 발언은 ‘진정한 보수’라는 이름을 가진 한 누리꾼이 남긴 글의 답변이었다. 이 누리꾼은 청문홍답에 “윤 후보가 경선후보시절부터 ‘개사과 사건’, ‘전두환 옹호 발언’ 등 좌우를 떠나 정상적인 대한민국이라면 빈축을 살만한 실언과 만행이 잇따르고 있다”며 “홍 의원의 질문도 대충 얼버무리는 등 안보를 비롯한 기본 정치조차 모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지금 당장은 정권교체가 필수이지만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정치적 미숙과 여소야대라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갈지가 의문”이라며 “홍 의원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홍 의원은 “대한민국만 불행해지지요”라고 답변을 남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를 함께 저격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막장드라마 대선이 곧 온다’라는 제목의 글을 커뮤니티에 올려 “여야 주요후보와 가족들이 모두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모든 국민이 후보 선택에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 마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한 대선이 진행되고 있다”고 일갈했다.
‘모두까기’ 인형을 자처하며 소속 정당의 후보까지 겨누자 발언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디씨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일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자당 후보에 대한 비판적 견해와 상대 당 인물에 대한 긍정적 평가, 다 좋지만, 홍 의원은 정권교체라는 위대한 사명 앞에 그럴 처지도 상황도 아니다”며 “홍 의원은 ‘경선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는 본인 말에 책임을 지고 윤 후보를 적극 옹호하고 지지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선거 후유증이 있는 것 같다. 아직은 많은 국민들이 (홍 의원을) 좀 기다려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홍 의원의 그런 입장이 너무 길어지게 되면 결국 홍 의원도 보수진영에서 보수층 지지자를 기반으로 정치하는 분인데 그걸 상실할 우려가 있다. 적절한 선을 찾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편 홍 의원은 윤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합류설과 관련해 연일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나이에 누구처럼 몸값 흥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평소 살아온 방식대로 살아온 사람일 뿐”이라며 “모두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제 역할은 지난 경선 흥행으로 이미 다 했다고 거듭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청년의꿈 게시판에 올라온 ‘윤 후보를 도와라’라는 취지의 글에도 “백의종군은 자신을 가장 낮추는 겸손”이라고 답하며 선대위 참여와 거리를 뒀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