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가 첨단 디지털 기술을 현장에 접목시키는 노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말로만 언급되던 배달 로봇과 드론, 무인 편의점 등이 현실로 등장하고 있다. 몇몇 서비스는 일반 대중에게 개방할 정도로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평가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GS25는 지난해 LG전자와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 내 편의점에서 인공지능(AI) 로봇 배달기사를 선보였다. 모바일앱을 통해 GS25 상품을 주문하면 점포 근무자는 로봇에 상품을 싣고 주문자의 연락처와 목적지를 입력한다. 고객은 물건이 담긴 서랍에 전송된 비밀번호를 입력해 상품을 수령하는 식이다.
GS25에 따르면, 이 로봇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50cm, 50cm, 130cm 규모로, 3칸의 서랍에 최대 15kg의 짐을 싣고 한 번에 목적지 3곳까지 배달이 가능하다. 관리자는 로봇의 관제시스템을 통해 원격으로 로봇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배송 이력 등을 관리할 수 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주문한 상품이 고객에게 배달되는 마지막 단계를 일컫는 ‘라스트 마일’이 화두인 만큼, 관련 서비스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최근 GS25는 이곳에서의 시범 운영을 마치고, 대형 건물 내 상용화 여부를 검토 중이다.
드론 배송도 현실이 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드론 물류 배송 서비스 전문 스타트업 파블로항공과 손잡고 드론 기술을 활용한 배달 서비스 운영 모델 개발을 추진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연내 교외 지역에 드론 배송 서비스를 지원하는 첫 번째 점포를 열 계획이다.
파블로항공은 미국의 드론 스테이션 개발사와 협업해 개발한 드론 전용 스테이션을 세븐일레븐 점포에 설치할 계획이다. 드론 배송이 가능해지면 배달 서비스의 영역이 한층 확대될 것이라는 게 세븐일레븐 측 기대다.
최경호 세븐일레븐 대표이사는 “전국 도서·산간 지역에 드론을 활용한 배달 서비스망을 구축하면 배달 소외지역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완전 무인매장 ‘아마존고’와 같은 편의점도 나타났다. 이마트24 지난 9월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신세계I&C,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손잡고 ‘완전 스마트 매장’을 선보였다. 현재 일반 고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매장을 개방했다.
AI 비전, 무게 센서, 클라우드 판매정보시스템 등의 기술이 적용돼 고객이 상품을 들고 나가기만 하면 알아서 결제된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총 27대의 AI카메라가 설치됐고 무게 감지 센서는 15~20g의 무게 변화도 감지한다.
이처럼 편의점들이 디지털 기술 활용에 속도를 내면서 규제, 안전, 무인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늘어나고 있다. 배송 로봇과 드론이 과연 안전할 것인지, 이들의 이동 경로도 논의가 필요해지고 있다. 무인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재 국내 무인 편의점 시장 규모는 2019년 789억원에서 2027년 1조9191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근거리 배송이나 무인화가 편의점 업계에서 화두가 되면서 이에 따른 변화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라며 “보안과 기술 개발, 사회적 인식 등 해결 과제도 많은 만큼, 대중화까지는 아직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