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었습니다.” “코로 눈물이 났어요”
2년 만에 팬덤 아미를 대면한 그룹 방탄소년단은 이렇게 말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 전날 이 곳에서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LA’(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 첫 공연을 연 이들은 예상보다 차분한 모습으로 전 세계 기자들을 반겼다. “오랜만에 아미를 보는 거라 제 감정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오늘은 마음 편히 즐기고 싶습니다.”(지민) 전날 공연을 담담하게 곱씹으며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는 방탄소년단의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Q. 최근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이하 AMA)에서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를 수상하고 2년 만에 대면 공연도 열었다. 소감이 어떤가.
뷔: 기쁘다. 지난 2년 간 당연한 삶이 당연하지 않게 돼 무척 슬프고 힘들었다. 그래서 공연에 많은 기대를 걸었고 설렘이 컸다. 그만큼 준비도 열심히 했다. 아미에게 행복한 기운을 주고 싶다. (영어 통역사에게) 땡큐, 이그젝틀리. (일동 웃음)
슈가: 어제 공연하면서 ‘이게 꿈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도 많이 했다. 돌아보면 데뷔 이후 지금까지 뭐 하나 쉽게 이뤄진 일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장벽이든 두려워하지 않고 부딪쳐 왔다. 앞으로도 그럴 거다.
진: 이 공연을 계기로 더 많은 공연을 하게 됐으면 한다. 한국에서도 공연을 열고 싶고, 열 예정이다.
정국: 팬데믹 이후 우리의 힘든 마음이나 이 순간을 함께 이겨내고자 하는 희망, 위로를 담은 곡들을 발표해왔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신 적에 오히려 우리가 더 큰 힘을 받았다. 그 에너지를 오늘 있을 공연에 열심히 쏟아보겠다.
RM: 팬들로 가득 찬 공연장을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었다. 최근 AMA에서 아티스트오브 더 이어를 수상하고 그래미 어워즈에 2년 연속 후보로 지명됐는데, 이 모든 일들이 우리에겐 큰 의미를 남긴다. 진심을 다해 무대와 음악에 임한 순간들이 모여 오늘의 기적을 만든 것 같다. 어제 팬들의 얼굴을 보니 우리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년 간 얼마나 성장했고 무엇을 배웠는지 보여주려고 한다.
지민: 오랜만에 이렇게 팬들이 계신 무대에 서니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많은 분들이 빨리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길 바란다.
제이홉: 아임 유어 홉(I’m your hope·나는 당신의 희망), 제이홉! UN 총회 이후 공연을 위해 또 다시 미국에 왔다. 한 세대를 대변한다는 게 낯간지러우면서도 막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방탄소년단 음악이 가진 힘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도 그 음악의 힘을 보여드리고자 정말 많이 노력했으니 즐겁게 즐기시길 바란다.
Q. 무대에서 떨리진 않았나.
진: 2년 만에 팬들을 보는 건데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돼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다. 대기실에서는 멤버들끼리 ‘첫 무대 때 관객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울지 않았다.(웃음)
제이홉: 전 울 뻔 했다.
뷔: 저는 코에서 눈물이 났다.
지민: 팬들을 만날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떤 제스처를 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내 감정을 얼마나 전달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 보니 막상 팬들을 마주했을 때 즐기지를 못했던 것 같아 아쉽다. 오늘은 마음 편히 즐기려고 한다.
Q. LA 전역에 아미가 있고 뉴스에서도 방탄소년단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이런 반응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
슈가: ‘다이너마이트’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등이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덕에 우리를 더욱 격하게 반가워해주시는 것 같다. 우리도 지난 2년 간 관객이 없는 무대에만 올랐기 때문에 실제로 관객 반응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했다. 예상보다 훨씬 즐겁고 행복하다.
Q. 공연에 오지 못한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정국: 우리도 그 분들을 못 봬 아쉽다. 이곳저곳을 찾아가서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고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은데…. 다만 오늘은 보러 와주신 분들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 하루 빨리 모든 팬들을 만날 날이 오길 바란다.
Q. AMA에도 많은 아미들이 참석했다. 당시 기분이 어땠나.
정국: 무대에선 언제나 아미의 함성에 큰 힘을 얻는다. AMA와 어제 공연 모두 그랬다. 어느 무대에서나 아미가 보내주는 함성의 가치는 늘 크다. 그덕에 우리가 좋은 무대를 펼칠 수 있는 것 같다.
Q. 정국은 AMA 당시 영어로 ‘내년에 우리가 집중하려는 건…’이라고 운을 뗐다가 말을 맺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나.
정국: 부끄럽지만 ‘포커스 온’ 뒤에 올 단어는 단 세 개뿐이다. 포커스 온 인조잉, 에브리, 모먼트(모든 순간을 즐기는 데 집중하겠다), 이거였다. (웃음)
Q.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수상한 뒤 느낀 감정을 ‘스킷: 망설임과 두려움’이라는 곡에 표현했었다. 지금도 그런 감정은 여전한가.
슈가: 망설임이나 두려움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늘 공존하는 감정이라고 본다. 다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왜 그 때는 (미국 무대를) 즐기지 못하고 두려워 했을까’라는 얘기를 멤버들과 많이 나눴다. AMA 대상(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은 진심으로 기뻤다. 2년 만에 아미를 볼 수 있어서 기뻤고 좋은 결과가 있어서 즐거웠다. 마음가짐은 4년 전과 같지만 좀 더 현재를 즐기게 됐다.
Q. 4년 째 ‘화양연화’(가장 아름다운 순간)가 이어지고 있는데, 어떤가.
슈가: 모두 아미 덕분이다. 어제 공연에서 ‘아미의 몸짓과 행동, 목소리 덕분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또 한 번 했다.
Q. 지난해 아시아계 증오 범죄를 멈춰야 한다는 여러분 발언이 아시아계 공동체에 긍정적인 기운을 줬다.
RM: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나는 외국에서 태어나거나 자라지 않았지만, 그간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여러 장벽을 느꼈다. 우리의 여정과 이야기, 그리고 음악이 전 세계 모든 아시아계에게 힘이 되길 진심으로 바랄뿐이다.
Q. 그래미 어워즈에 2년 연속 후보로 올랐다. 소감이 어떤가.
슈가: 얼떨떨하고 설렌다. 한편으로 기대도 된다. 노미네이트와 수상 모두 쉬운 일은 아니지만, 뛰어넘을 장벽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그 장벽을 뛰어넘고 싶다.
진: 우리가 못 받은 상이 그래미 어워즈다. 그렇다고 다른 상이 기쁘지 않다는 뜻은 아닌데, 못 받은 상(그래미 어워즈)을 한 번 받아보고는 싶다.
슈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이 있다. (그래미 어워즈가) 두 번 만에 넘어가길 바라는 건 너무 욕심일 수도 있다.
뷔: 우리가 그래미 어워즈를 여덟 번 더 찍고 나면 진 형 나이가 마흔 살쯤 되는 거 아닌가. (일동 폭소)
진: 그렇지 않다. 서른여덟 살이다. (웃음)
Q. 방탄소년단은 많은 걸 이뤘으나 늘 겸손하다. 어떻게 이런 진정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나.
제이홉: 성공을 가르는 기준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기준을 만들면 거기에 다다르려다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로해진다고 생각해서다. 기준을 잡지 않고 내 삶과 상황, 기분에 만족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노력에 따른 결과가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내 나신을 만들어나간다.
RM: 성공을 숫자 100에 비유한다면, 아미가 이룬 몫이 50, 멤버 각자의 몫이 5, 나머지는 하이브 등 파트너들 덕분이다. 트로피 하나에서 내가 차지하는 부분은 아주 작은 셈이다. 이렇듯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든 성공이라고 생각하면 늘 겸손해진다.
LA(미국)=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