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3·4분기 기준 보험사 RBC 비율은 삼성생명은 333.12%에서 311.31%로 21.81%p 낮아졌다.
이어 교보생명 283.6%, 동양생명 223.47%, NH농협생명 222.66%, 푸본현대생명 222%, 한화생명 193.5%, ABL생명 180.45%, 흥국생명 172.1%, 하나생명 162.55% 순이다.
다만, 신한라이프는 308.51%로 300%를 넘겼다. 2·4분기 243.47%였던 신한라이프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회사 합병이 후 RBC 비율이 높아졌다.
생보사들이 RBC 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본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금융당국의 RBC 비율 권고치는 150%이지만 2023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로 전환되면 RBC 비율이 지금보다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돌려줄 보험금인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보험사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책임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신지급여력제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각 생보사에서 RBC 비율을 200% 후반까지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3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해외 후순위채권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발행 규모는 7억5000만달러에서 최대 10억달러(한화로 8800억~1조1800)로 예상된다. 한화생명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RBC 비율을 최소 170%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1차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2023년 도입 예정인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 자본 규제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ESG 후순위채권 발행을 결정했다”라면서 “구체적 발행 규모와 시기, 금리 등 조건은 추후 결정되는 대로 공시하겠다”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지난 9월 4700억원 규모의 ESG 인증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미래에셋생명도 3000억원 규모로 ESG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ESG 채권으로 확보한 자금은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지원과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 산업에 쓰인다”라면서 “자본 확충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확보할 수 있어 앞으로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증자를 발행하는 생보사도 있다. 하나생명은 최근 이사회를 통해 1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발행하기로 했다. 증자가 마무리되면 하나생명의 자기자본은 기존 3140억원에서 4140억원으로 늘어난다. 하나생명의 RBC 비율은 10월 말 기준, 153%에서 증자 후 200%로 오를 전망이다.
김인석 하나생명 사장은 “보험사 건전성 규제 강화 정책에 따른 선제 대응으로 재무 건전성 강화를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 확보 기반을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DGB생명도 최근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DGB생명은 유상증자 후 RBC비율이 지난 3분기 기준 204%에서 27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DGB생명은 지난 5월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진행한 바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확보하면, 자본 여력이 올라가면서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이 강화된다”라면서 “신지급여력제도를 앞두고 생보사들이 다급하게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는 것”라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