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최근 전자전표 매입업무를 둘러싼 국내 12개 밴사간의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전자전표 매입업무 중 일부를 카드사가 직접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데이터 캡처 업무는 매출전표를 수거·점검하는 작업이다. 소비자가 결제 서명하면 밴 대리점은 가맹점 단말기 별로 결제 전표를 수거해 밴사에 넘긴다. 밴사는 승인데이터와 결제 전표를 확인해 카드사로 보낸 뒤 수수료를 청구한다. 밴 대리점은 밴사로부터 용역비용을 받았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등 4곳은 신용카드 결제 시 밴사가 대행하는 전표 매입 단계를 없앴다.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체인 케이알 시스와 위탁계약을 통해 승인데이터만을 근거로 가맹점에 결제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전표 수거와 보관 업무만 밴사에 위탁하면 이전보다 건당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수수료 인하 등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다른 카드사들도 전자전표 직접 매입을 고심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 등 수익성 악화로 카드사들이 어렵다 보니 돈이 나가는 구멍을 막기 위해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현대카드와 KB국민카드는 케이알 시스와 위탁계약을 맺었으나 직접 매입 방식으로 전환하지는 않았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건 없다. 밴사와 합의를 통해 검토할 계획”이라면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중단하면 밴사와 밴 대리점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밴사는 일방적으로 데이터 캡처 계약을 중단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카드사가 전자전표를 직접 매입하더라도 최소한의 비용을 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공문을 통해 “비용 절감을 위해 밴 대리점의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향의 업무 변경을 진행하는 것은 가혹하다”면서 “업무수행 방식을 변경하더라도 가맹점 관리와 각종 서비스 제공 명목의 수수료인 가맹점 모집인 수수료는 지급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카드 업계는 데이터 캡처 업무는 밴사와의 계약 중 일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데이터 캡처 업무뿐만 아니라 사인 캡처 등 다양한 업무를 밴사와 협력하고 있다. 그중 데이터 캡처만 직접 매입하겠다는 것이고, 이 마저 모든 가맹점이 아닌 일부 가맹점에 직접 전표 매입을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나머지 업무에 대해서는 밴사에 수수료를 내고 있다. 직접 매입하는 카드사가 늘어날까 우려해 밴사에서 선제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