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약자에 대한 안일한 시각을 노출한 탓이다. 결국 콘텐츠 부족과 함께 ‘약자와의 동행 코스프레’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후보는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장애인본부 전국 릴레이정책투어 출정식에 참석해 “이종성 의원이 추운 날 우리 장애우들의 개별적인 어려움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나섰다. 함께하는 우리 장애우들도 추운 날 감기 걸리지 말고 건강을 잘 지켜달라”고 말했다.
이후 윤 후보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장애우’라는 표현 탓이다. 장애우란 장애인을 친근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다. 다만 해당 표현은 ‘시혜적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으로 인해 현재는 활용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그는 이날 또 다른 논란에도 휘말렸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안내견인 ‘조이’를 임의로 만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안내견을 만지거나 이들에게 먹이를 줘서는 안 된다.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안전을 위해서다.
다만 이러한 장면은 처음이 아니다. 윤 후보는 지난 13일에도 비슷한 논란에 시달렸다. 당시 그는 비장애인을 두고 정상인이라고 표현해 구설에 올랐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를 ‘코스프레’라고 규정했다. 이 대변인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약자와의 동행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사람이 동행을 하려고 하는 코스프레”라며 “마치 경제민주화를 할 생각이 없던 사람이 이를 내세운 것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윤 후보가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누가 더 민생을 살피는지가 중요한데 그는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다. 결국 여러 가지 해프닝을 통해 콘텐츠의 빈약함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 장애인 앵커 출신인 홍서윤 민주당 청년대변인도 “장애인을 둘러싼 용어가 변동되는 것을 숙지하지 못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만지는 것은 변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굉장히 자기중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약자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모습을 조금 드러낸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시각에도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 역시 나왔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3일 김 씨와의 26분간 통화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나는 남자답다. 가식적인 거 되게 싫어한다”며 “가식적으로 남편 따라다니는 거 싫다.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
홍 대변인은 “남자다운 것과 여자다운 것은 무엇인가”라며 반문한 뒤 “그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도 사실은 감수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승재 정의당 대변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난 15일 쿠키뉴스에 “김 씨의 발언은 성차별적인 인식”이라며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성별 역할의 고정관념이 있는 표현”이라는 의견을 표시했다.
정치권에서는 ‘약자와의 동행’이 좋은 선거 캠페인이라고 평가한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국민의힘에서 내세운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표현은 전략적으로 훌륭한 방법”이라며 “그동안 보수정권에서는 경제나 성장 등만 외쳐왔다. 중요한 내용을 국민의힘이 먼저 선점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내세운 약자와의 동행과 윤 후보의 정치 철학이 서로 어긋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후보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기에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의미다. 최 평론가는 “당은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우는 데 윤 후보가 성장과 규제 완화를 외쳐 어색하다. 윤 후보와 약자와의 동행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에는 국민들의 감정선이 매우 중요하다. 선거라는 예민한 시기에 국민들의 감정선을 계속 건드리면 큰일 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