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30분 생방송 끝에 ‘2021 SBS 연예대상’ 향방이 가려졌다. 대상은 SBS ‘미운 우리 새끼’ 팀에게 돌아갔다. 대상 후보로 선정된 올해의 예능인 12명 중 방송인 탁재훈과 이상민, 신동엽, 김종국이 동시에 무대에 올라 수상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대상을 제외한 거의 전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8관왕을 휩쓴 ‘골 때리는 그녀들’은 이날 시상식에서 가장 주목받은 프로그램이었다. 대상 후보에 오른 방송인 유재석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으로 참석하지 못한 점 역시 눈에 띄었다. 19일 오후 가수 겸 배우 이승기와 방송인 장도연, 모델 한혜진 진행으로 열린 ‘SBS 연예대상’의 순간들을 되짚어봤다.
“시청자 여러분 마음도 다 비슷할 거예요. 한 새끼만 주지”
허탈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읽은 걸까. ‘미운 우리 새끼’ 팀의 일원으로 대상을 받게 돼 무대에 오른 방송인 신동엽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사과의 말을 꺼냈다. 그는 대상의 주인공을 궁금해 하며 시상식을 끝까지 지켜봤을 시청자들의 심정에 공감을 드러냈다. 동시에 “한명 한명이 대상을 받기에 이상하지 않다”며 수상자 선정에 고심했을 제작진 입장을 이해했다.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된 이상민은 “5년 연속 상을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고, 탁재훈은 “상민이가 받으면 어떻게 감정을 추스릴지 준비하고 있었다.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말했다.
“제가 받은 상 중에 멘트가…”
‘SBS 연예대상’ 최우수상은 ‘골 때리는 그녀들’ 박선영, ‘런닝맨’ 양세찬, ‘미운 우리 새끼’ ‘신발 벗고 돌싱포맨’ 탁재훈에게 돌아갔다. 우수상과 최우수상, 그리고 대상으로 수상이 이어지는 흐름이 보통이다. 이날은 달랐다. 최우수상과 대상 사이에 프로듀서상과 명예사원상 시상이 이어졌다. 시상을 맡은 신동엽은 공들여 준비한 소개말로 두 상의 의미가 얼마나 큰지 설명했다. 프로듀서상을 수상한 이승기는 신동엽의 말에 감격한 표정으로 “뿌듯하게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명예사원상을 받은 지석진 역시 “시상식을 많이 다녀봤는데 명예사원상은 최초가 아닌가 싶다”며 “내년에 30주년인데 30년 하니까 안정적인 직장도 생기고 좋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두 사람은 마치 대상을 받은 것처럼 길고 솔직한 소감을 정성스럽게 전했다.
“‘불타는 청춘’에서 재미삼아 한 축구가 이렇게…”
‘SBS 연예대상’ 최우수 프로그램상은 ‘골 때리는 그녀들’와 ‘런닝맨’이 차지했다. 대상을 받은 ‘미운 우리 새끼’와 ‘런닝맨’은 각각 5년, 11년 동안 이어온 SBS 대표 예능 프로그램이다. 정규 편성 6개월 만에 ‘골 때리는 그녀들’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사실상 이날 주인공이 됐다. ‘골 때리는 그녀들’은 최우수상을 받은 박선영을 비롯해 각팀 주장은 우수상, 각팀 감독들은 감독상, 중계를 맡은 이수근, 배성재는 베스트 커플상을 받는 등 여러 부문 상을 골고루 쓸어 담았다. 박선영은 처음 ‘골 때리는 그녀들’이 탄생하게 된 순간을 회상하며 “행운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재석이형이 있었으면 좋았을 거예요”
‘SBS 연예대상’ 신인상 시상을 위해 지석진과 차은우가 등장했다. 매년 신인상 시상을 맡았던 유재석은 없었다. 지난 13일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며 방송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휴식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날 지석진은 자신의 소개도 하기 전 유재석의 부재를 알리며 “본인도 굉장히 안타까워했다. 통화를 해봤더니 증상이 경미하다”고 안심시켰다. 최우수상을 받은 양세찬이 “집에서 보고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하는 등 ‘런닝맨’ 출연진은 무대에 오를 때마다 유재석의 불참을 언급하며 아쉬워했다. 올해의 예능인상을 수상한 김종국은 “(유재석이) 문자로 ‘역시 석진이 형은 애드리브가 부족하다’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