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나무들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성탄절 나무들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박용준(묵림한의원 원장, 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기사승인 2021-12-24 15:56:49
박용준 원장
코로나로 지친 일상이지만 그래도 거리에서 마주치는 크리스마스트리의 다양한 색깔로 환하게 반짝이는 아름다운 불빛이 마음에 위안을 주는 시간이다. 크리스마스가 서양에서 건너온 기념일이기에 크리스마스트리 또한 외국 나무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크리스마스트리로 가장 많이 사랑받는 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인 구상나무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성탄절 트리로 인기가 높은 나무의 이름이 코리안 퍼 트리(Korean fir tree)이다. 한국 전나무란 뜻인데, 사실은 전나무가 아니라 우리나라 고유종인 구상나무이다. 서양 전나무에 비해서 크기가 작고 아담해서 성탄절 트리용으로 적합하며, 나뭇가지 사이의 공간이 넓어서 다양한 장식들을 걸기에도 편하다.

구상나무는 한의학에서 조선냉삼(朝鮮冷杉)이라고 한다. 방향성 향기를 풍기는 정유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치통, 두통, 종기 등을 치료하는 약효가 있다. 이를 응용해 최근에는 구상나무의 추출물을 이용해서 항균, 염증, 아토피, 여드름, 습진, 피부질환 등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이 진행 중이다.

구상나무가 세계로 나가 크리스마스트리로 호평을 받는 과정엔 1898년 조선에 들어와 선교 활동을 벌였던 프랑스 신부 타케(Taquet)의 역할이 컸다. 그는 평소 식물들에 관심이 많았는데, 1902년 제주도 서귀포성당의 주임신부로 부임하면서 한라산 지역의 식물들을 본격적으로 채집하여 세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가 발견해 식물학계에 새로 알린 식물들로는 한라부추, 왕밀사초, 섬잔고사리, 제주가시나무 등이 있다. 

타케 신부가 보낸 표본에 관심을 가진 식물 분류학자 어니스트 윌슨(E. H. Wilson)은 전나무를 닮은 이 나무가 기존에 알려진 전나무와 전혀 다른 새로운 종의 나무임을 밝혀내고 학명을 아비에스 코리아나 윌슨(Abies koreana Wilson)이라고 정했다. 당시 윌슨이 연구한 구상나무는 하버드대 아널드 식물원에 지금도 자리하고 있다. 윌슨은 한라산에서 가져간 구상나무를 연구하여 수십 종의 개량나무를 만들어 그 나무들이 지금 더 다양한 품종으로 분화하여 전 세계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사랑받고 있다. 

왼쪽부터 구상나무, 크리스마스 트리, 호랑가시나무로 만든 장식.

왼쪽부터 호랑가시나무(광주 양림마을), 미슬토(겨우살이)로 만든 장식, 겨우살이.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유명한 식물 중 하나로 호랑가시나무가 있다. 화환 모양으로 둥그렇게 만들어 성탄절 문 앞에 걸어두는데, 우리나라에서 호랑가시나무가 유명한 곳 중 하나가 광주광역시 양림동에 위치한 양림마을이다. 이 곳에는 1백년이 넘은 광주 최초의 교회인 양림교회를 비롯, 수피아 여학교 등이 선교사들에 의해 설립되어 지금도 자리하고 있고, 그 당시에 지어진 선교사의 사택들도 원형을 간직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양림마을 자체가 기독교의 성지 같은 느낌을 주는데, 이 곳 선교사 사택 주변에 커다란 호랑가시나무가 자라고 있다. 호랑가시나무의 잎은 두텁고 광택이 있으며, 가시 모양의 톱니가 있는 독특한 모양을 지닌다. 붉은 색 열매는 겨울철 눈 속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고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이런 호랑가시나무의 독특한 형상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액운을 막는 나무로 알려져 있고, 서양에서도 그런 전설이 오래 전부터 전해진다. 그래서 책과 영화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주인공인 포터가 지니고 다니는 마법 지팡이가 바로 이 호랑가시나무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다. 호랑가시나무의 가시는 골고다 언덕을 오르던 예수의 고난을 상징하는 가시관을, 빨간 열매는 예수가 흘린 핏방울 즉, 예수의 보혈을 상징한다. 이 외에도 우유빛 꽃은 예수의 성스러움을, 나무껍질의 쓰디쓴 맛은 예수의 수난을 나타내어, 호랑가시나무는 곧 예수의 나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성탄 카드에 촛불과 함께 그려진 빨간 열매가 있는 독특한 모양의 가시가 있는 녹색 잎의 식물이 바로 이 호랑가시나무이다. 

미슬토(Mistletoe)도 성탄절을 빛내는 장식으로 널리 사용된다. 미슬토의 우리 이름은 겨우살이이다. 겨우살이는 참나무, 뽕나무, 떡갈나무, 자작나무, 버드나무, 오리나무 등의 여러 나무줄기에 뿌리를 내리고 물을 흡수하며 살아가는 착생식물이다.

하지만 미슬토, 즉 겨우살이는 자체적으로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을 만들어 살아가 얹혀사는 식물에게는 거의 피해를 주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유럽에서 모두 항암식물의 하나로 알려져 인기가 높다. 특히 뽕나무 위에서 사는 겨우살이를 한의학에서는 상기생(桑寄生)이라고 하고, 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를 곡기생(槲寄生)이라 한다. 서양에서는 성탄절 즈음에 미슬토로 장식된 장소에서 키스를 하면, 연인과의 사랑이 시작되고 오래 이어진다고 하여 로맨틱한 문학이나 영화의 소재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한 장면에서 미슬토의 이런 사랑과 관련한 마법 때문에 주인공 해리 포터가 동급의 여학생과 우연히 키스하는 장면이 나와 잔잔한 웃음을 전해주기도 하였다. 

코로나로 지치고 힘든 요즘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아름다운 성탄절을 맞이하여, 성탄절을 더 환하고 아름답게 빛내주는 식물들의 유래와 이야기들을 생각해보면 더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된다. 지금은 크리스마스, 바로 성탄절이니까!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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