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제 처, 제 처의 친구들, 심지어 제 누이동생까지 통신 사찰을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30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선대위 출범식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통신조회 논란을 거론하며 이같이 밝히면 “이거 미친 사람들 아닙니까”라고 강력 비판했다.
윤 후보는 “국회의원과 언론인을 사찰하면, 국회의원 보좌관만 사찰해도 원래 난리가 나는 것"이라며 "그런데 심지어는 우리 당 의원들 단톡방까지 털었다. 그러면 결국 다 열어본 것 아니냐. 이거 놔둬야 하겠습니까”라며 “(김진욱 공수처장을) 사표만 낼 게 아니라 당장 구속수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도대체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게 40년∼60년 전 일도 아니고 이런 짓거리를 하고 백주대낮에 거리를 활보합니까”라고 맹비난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선대위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검찰개혁 일환으로 탄생한 공수처가 과거 유신 시절 중앙정보부와 비슷한 행태의 민간인 사찰을 했다”며 “공수처가 무분별한 민간인 사찰로 국민에게 공포를 일으키는 하나의 정부 기관이 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권력기관이 정치에 개입하는 건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누차 했지만 최근 나타난 공수처의 무분별한 통신조회 문제에 관해 정부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 대통령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본인의 의사를 피력해주기를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논란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또 “"공수처는 합법적으로 통신조회를 했다고 하지만 야당의 대통령 후보의 부부까지 통신조회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과연 공수처가 실질적으로 헌법에 보장된 국민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수처가 윤석열 대선 후보와 배우자 김건희 씨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점도 비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불법 사찰과 야당 탄압에 대한 확실한 조치를 요구하겠다. 또 이런 심각한 불법 사안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중단을 요구하거나 수사를 지시해도 모자랄 판에 정반대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검사를 공수처에 파견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문 대통령은 박범계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을 교체하란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오히려 관권선거를 조장하고 있다”고 공수처의 통신조회를 무차별적 불법사찰로 규정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이었던 장성민 전 의원도 자신의 SNS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5명 가운데 최소 78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천인공노할 불법정치사찰을 범행했다. 여기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배우자 김건희씨도 조회대상이 됐고 언론인들과 민간인까지도 조회당했다”며 “이유야 어떻든 개인의 자유를 무차별적으로 침해한 '통신사찰'이라는 이 엄청난 만행이 70, 80년대식 군부독재정권하에서 자행된 것이 아니라 촛불혁명 운운하며 등장한 문재인 정권하에서 자행됐다”고 비판했다.
장 전 의원은 이어 “문 정권의 공수처가 차마 민주주의를 위한 정권교체를 막기 위해 어둠의 독재정치까지 흉내 내고 따라할 줄은 이미 드루킹 댓글여론조작사건 때부터 알았다. 문 정권하에서 일어난 공수처의 사찰정치는 마치 유신정권 붕괴 후 등장한 전두환 신군부가 민주주의를 주창한 야당과 재야단체를 무차별적으로 봉쇄하여 자신의 통치권을 확보할 목적으로 설치한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의 악행을 보는 듯 하다. 애시당초 공수처 신설의 주 목적이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척결하는 것’이라면 공수처는 문 정권하에서 일어난 공수처의 정치사찰의 주범부터 척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전 의원은 “문 정권하의 공수처의 신설 목적은 분명해 졌다. 그것은 야당탄압, 반대세력의 사찰과 감시를 통해 민주주의를 위한 정권교체를 막기 위한 목적뿐이었다”며 “국민들의 정권교체를 바라는 열망의 파도가 높게 일고 대선패배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자 이제 문 정권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은 적폐행위를 감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늘의 사태에 대해서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하고 사과성명을 발표해야 하며 민주주의의 암살범과 범죄집단을 색출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역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이었던 원희룡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장은 지난 24일 SNS에 “괴수처(공수처)를 수사하라”며 “공수처가 수상한 괴물 괴수처가 되었다”고 최근 언론인과 정치인들의 개인 통신 자료를 수집해 논란을 빚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괴수처’라고 빗대었다.
원 본부장은 “고위공직자를 수사하겠다더니 야당만 수사하는 ‘야수처’, 언론을 감시하는 ‘언시처’, 시민까지 사찰하는 ‘민수처’로 전락했다”며 “고위공직자 범죄는 공수처가 수사하면 된다는데 ‘괴수처’의 범죄는 누가 제지해야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원 본부장은 또 “괴수처가 하는 짓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정권을 수호하려는 듯한데 정권교체의 절실함만 더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30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현안 질의에 나선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은 윤석열 대선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 통신조회와 관련해 “윤 후보에 대해 저희가 3회, 서울중앙지검에서는 4회였고 배우자에 대해 저희가 1회, 검찰이 5회였다. 왜 저희만 가지고 사찰이라고 하느냐”라고 반발했다.
김 처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통신조회에 대해 “원칙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국민적 관심사이기에 말한다”며 “현재 수사 중인 ‘고발사주’ 의혹 사건 관련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윤 후보와 배우자에 대한 조회도 같은 건이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고위공직자도, 피의자도 아닌 기자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조회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는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의 질의에 김 처장은 “직종별로 정확한 숫자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김 처장은 “법조인으로서 26년 동안 일했는데, 수사 중에 통신조회가 문제가 돼 기관장이 이렇게 (국회에) 나와서 답변한 전례가 없는 것 같다. 억울해서 수사 내용을 밝히고 싶지만, 수사 도중에 밝히는 것은 피의사실공표나 공무상 비밀누설이 될 수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도 “저희도 범위가 너무 넓지 않았는지 성찰을 하겠다. (현재) 위법 문제는 없지만, 앞으로 수사를 할 때 범위를 최소한도로 줄여서 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