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31일 2박 3일간의 대구·경북·충북 지역일정을 마쳤다. 3일간의 일정에서 단연 돋보인 것은 윤 후보의 ‘강경발언’이었다.
윤 후보는 첫 일정부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정조준했다. 지난 29일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현장을 방문한 윤 후보는 “이 현장은 초법적‧비이성적인 정책이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을 얼마나 위태롭게 만드는지 생생히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라며 “반드시 탈원전을 전면 재검토하고 원전 수출에 발 벗고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의 ‘독한’ 발언은 지역 선대위 출범식에서 한껏 수위가 높아졌다. 29일 경북 선대위 출범식과 30일 대구 선대위 출범식에 각각 참석한 윤 후보는 사전에 준비된 연설문을 읽기에 앞서 즉흥 연설에 나서며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을 방문한 만큼 친박 지지층 적극 끌어안기 행보도 나섰다. “건강이 회복되면 한번 찾아뵙고 싶다”고 말하고 친박 단체를 만나 “분골쇄신 대선 승리”를 외치는 등 각별한 신경을 쏟는 모습이었다. 반면 박 전 대통령 강성지지층인 우리공화당 측은 윤 후보 사과를 촉구하는 시위를 펼치는 등 여전히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3류 바보” “미친 사람들”… 거센 발언 지적에 尹 “필요한 말”
윤 후보는 지역 방문 일정에서 다소 발언이 거칠었다는 지적에 “강한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요한 말이라고 판단해서 한 말”이라고 했다. 31일 마지막 일정인 구인사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10주년 봉축법회 참석 이후 기자들의 ‘이번 일정에서 이전보다 굉장히 강한 워딩을 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윤 후보는 일정 내내 강경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지지율이 하락하자 반문재인 전선을 구축하고 ‘보수층 결집’에 나서며 국면 전환을 노리는 행보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지난 29일 저녁 경북 안동에서 열린 경북 선대위 출범식에서 “무식한 3류 바보들을 데려와 정치를 했다. 경제와 외교, 안보를 전부 망쳐놨다. 국민 재산을 뺏고 세금을 약탈해 자기들끼리 갈라먹었다”며 “소위 ‘대깨문’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동원해서 인격을 말살하고 머리를 들 수 없도록 만들어놨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현 정권을 ‘독재정권’과 비교하며 색깔론을 재차 꺼내 들기도 했다. 윤 후보는 “권위주의 독재 정부는 국민 경제를 살려놔 산업화의 기반을 만들었다. 이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라며 “민주화 운동 대열에 끼여서 마치 민주화 투사인 것처럼, 지금까지 끼리끼리 서로 도와가며 살아온 그 집단들이 문재인 정권 들어서서 국가와 국민을 약탈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후보에 대해선 “확정적 중범죄 혐의 후보”라고 표현하고, 토론 제안을 “어이없고 같잖다”고 받아쳤다. 공수처 통신자료 조회 논란에 대해선 “이거 미친사람들 아닌가”라며 “ 공수처장은 사표만 낼 것이 아니라 당장 구속수사를 받아야한다”고 날을 세웠다(30일 대구 선대위).
“우리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빠른 쾌유를 빈다”
지지층 끌어안기의 또 다른 전략으로는 ‘친박 포용’이었다. 윤 후보는 2박 3일 일정 내내 박 전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했고,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 대해선 “공직자 신분으로 법을 집행한 부분”이라고 말하며 책임론과 거리를 뒀다.
윤 후보는 마지막 일정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이 옥중서신을 통해 ‘2017년 추가 구속영장 발부는 부당했다’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지금 나는 정치인”이라고 답했다.
이어 “공직자 신분으로서 법 집행을 한 부분과 달리 정치인으로서 국가를 위해서 크게 기여하신 분들에 대한 평가와 국민 통합 이런 것들을 생각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우리 박 전 대통령의 건강 회복과 빠른 쾌유를 빌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윤 후보는 30일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건강이 회복되면 한번 만나고 싶다”며 “다만 정치적 현안에 신경을 쓰다 보면 박 전 대통령의 쾌유가 늦어질테니 일단 기다려 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우리공화당은 안동과 대구에서 윤 후보의 사과를 촉구하는 시위를 이어갔다. 지역 기자간담회, 대구 선대위 출범식이 진행된 대구시당 앞에선 윤 후보의 지지자와 우리공화당의 맞대결이 벌어지기도 했다. 윤 후보는 강성 친박 성향의 반대시위에 대해 “무엇을 하든지 관심이 없다”라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대구·경북·충북 =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