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즉각 사퇴 요구했던 '새누리 사무처'… 이준석 지도부에는 ‘잠잠’

2016년 즉각 사퇴 요구했던 '새누리 사무처'… 이준석 지도부에는 ‘잠잠’

당 관계자 “현재 사무처에 박 전 대통령 탄핵 찬성자 다수… 이준석 비호”
선대위 총사퇴 등 내홍에도 최근 사무처, 노조 단체협약 체결 ‘태평성대’

기사승인 2022-01-05 06:58:23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위기에 몰린 새누리당이 주류와 비주류의 내홍으로 이정현 대표는 결국 2016년 12월 16일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연합뉴스

지난 2016년 11월 16일 오전. “어떤 정치적 책임도 거부하고 있는 당 지도부는 즉각 사퇴하라. 현 당 대표와 최고위원은 결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주체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라” 이날 당무 거부에 돌입한 당 사무처 당직자들이 새누리당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모든 당무를 거부할 것”이라고 조건부 파업을 외쳤다.

사무처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최근 일련의 과정에서 당 지도부는 보수정당의 역사적 책무를 망각하고 보수의 가치를 변질시키는 과오를 서슴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사무처 당직자 100여 명(사무처 추산)은 전날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지도부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지만, 이정현 대표 및 최고위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자 당무 거부를 결의한 바 있다.

사무처는 “민심과 동떨어진 비상식적 언행을 거듭하고 어떤 정치적 책임도 거부하며, 건전한 보수 세력을 등 돌리게 만든 당 지도부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그 결과, 같은 해 12월 16일 이정현 대표는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우택 원내대표직 체제가 새로 출발한 만큼 모든 체제를 ‘정우택 체제’로 바꿔 새누리당이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고 국민 원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바뀌길 바란다”며 16일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이 때 새누리당 지도부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위기에 몰린 당이 주류와 비주류의 내홍까지 겹쳐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결과이다. 당시 이듬해 대선정국과 맞물려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해체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2022년 1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면서 국민의힘 선대위 총사퇴와 ‘성상납’ 의혹 등으로 이준석 대표의 책임론이 나오는 총체적 위기 상황에도 사무처 노동조합 누구도 현재 지도부이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2016년 당시와는 상반된 분위기이다.

지난해 12월 18일에는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정치권부터 근로환경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며 “국민의힘 사무처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8일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사무처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 페이스북

권 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노조위원장과 함께 사회 일반 수준의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정착해 전국의 일반 근로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내년 대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당무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약속했다.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상당한 부분 합의를 이뤘다”고 전했다.

오용희 국민의힘 사무처 노동조합 위원장에게 최근 당 내 혼란과 이 대표의 해당 행위 제기에 대해 사무처 노조의 입장을 물어 봤지만 딱히 답변이 없는 상태다.

당 내부 한 관계자는 “현재 당이 위기인 상황에서 당 사무처가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사퇴를 요구해야 하는데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현재 사무처 노조가 고작 한다는 게 단체협약 체결을 하는 등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현재 사무처 구성원 중 다수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성이 많고 젊은 당직자들이 이준석을 비호하고 있다. 사실상 사무처가 이 대표를 비호해주고 있다”며 당 사무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신년인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지난 3일 국민의힘 선대위 총사퇴 분위기 속에서 이준석 대표는 “제 거취는 변함없다”고 밝혀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대표는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날 의총에서 일부 의원이 제기한 ‘대표직 사퇴’ 요구에 대해 “이 사람들이 손학규한테 단련된 이준석을 모른다”며 사퇴 가능성을 부정했다.

이 대표는 이어 자신과 갈등을 빚었던 조수진·김재원 최고위원의 사퇴 가능성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만약 두 최고위원께서 대의를 위해 희생하시면 즉각적으로 대체 멤버를 준비하겠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최고위원으로) 임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 대표 사퇴설 일축에 당 안팎서는 “이 대표가 백의종군 해야 한다”는 책임론이 분출되고 있다. 특히 의원들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상태다.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권성동 사무총장은 “이 대표가 해당 행위를 하고 있다”고 날선 비난을 했다.

또 김재정 의원 등 재선 의원들도 국회에서 1시간가량 의견을 나누며 “향후 정권교체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해당 행위를 하는 발언 또는 행동에 대해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제해줄 것을 결의했다”며 다시 의총소집을 요구키로 했다.

김경진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단장은 CBS라디오에 나와 “제가 만나는 사람 중에 10명 중에 한 7~8명 정도는 이 대표가 백의종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표 사퇴로 2030세대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 아니냔 물음엔 “‘이 대표 없인 2030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얘기도 어떻게 보면 과대 포장된 주장 아닌가”라며 “중요한 건 2030이 생각하는 바를 제대로 실천해 줄 수 있는 후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에 직무정지 선언 요구도 잇달았다.

김용남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도 TBS라디오에 출연해 “대부분의 당내 의견은 ‘이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라는 것이다. 점잖게 표현하면 윤 후보 입장에서 이 대표는 계륵과 같은 존재고, 보다 강한 표현을 쓰자면 그보다 훨씬 못한 존재”라고 말했다. 

공동선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서 “‘성 상납 의혹’을 받는 대표가 선거 기간 당을 책임지는 건 국민의 지탄을 받기 쉽다”며 “적어도 선거 기간만이라도 이 대표가 스스로 직무 정지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게 아름다운 정치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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