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배송대행업체에 등록된 신용카드 정보가 유출돼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카드사 대부분이 대응에 나섰다. 이에 반해 해당 업체와 제휴를 맺은 A카드는 정보 유출을 숨기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클리앙과 뽐뿌 등 국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명 배송대행업체 B사에 등록된 신용카드 정보가 유출됐다는 글들이 지난해 11월부터 계속 올라오고 있다. 회원 중 일부는 자신이 이용하지도 않은 해외 가맹점에서 결제가 승인됐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카드사에 피해를 신고했다는 글도 있다.
B사가 운영하는 카페에 가입한 회원만 7만4200명에 이른다. 카드정보도 대량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카드 정보가 유출되면 해외 가맹점에서 누구나 해당 카드로 결제를 시도할 수 있다. 국내 온라인 업체는 결제 시 추가 본인확인 절차가 있지만 해외 가맹점은 카드번호, 유효기간 및 CVC 코드만 입력하면 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B사와 제휴를 맺은 A카드는 상황 파악에 다소 미진한 모습을 보였다. A카드는 지난 2016년 B사와 제휴카드를 출시했다. 해외 배송요금을 평균 25% 할인해주고 미국내 반품 수수료를 무료로 해주는 등 이용자에게 쏠쏠한 혜택을 제공해왔다. A카드 측은 카드 정보 유출에 대해 “특별히 파악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원 또한 한 건도 없었다”면서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보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제휴를 맺은 A카드가 주체가 돼 소비자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사무처장은 “제휴카드를 발급하면 카드사가 주체고 가맹점은 제휴업체가 된다. 주체인 카드사가 해당 카드번호가 어떻게 유출이 됐는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피해를 신속하게 조치해야 한다” 면서 “특히 해외에 있는 가맹점은 연락이 안돼 소비자의 답답함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숨기는데 급급하지 말고 카드 회원에게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다른 카드사들은 B사에 결제 기록이 있는 소비자에게 재발급 안내를 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24시간 부정사용방지시스템(FDS)을 통해 일부 의심 사이트 이용 이력이 있는 카드에 대해 재발급 혹은 해외이용안심 설정도 권유하고 있다”면서 “카드 정보 유출로 해외 부정 사용이 발생했을 경우, 소비자가 그 사실을 알고 카드사에 결제 취소를 요청하면 회원은 결제액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카드 업계는 신용카드 정보 유출로 인한 부정 사용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B사가 해외업체이기 때문에 해킹이나 정보 유출 사고가 실제로 있었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부정사용방지시스템을 통해 잡고는 있지만 유출로 인한 부정거래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유출이 있을 법한 업체에서 카드를 사용할 수 없도록 소비자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당국에서 해당 업체에 법적 제재를 가하는 등 규제를 가하는 것이 맞다. 지금 상황에서 카드사는 유출이 의심될 때 재발급을 안내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