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반대 여론에 접었던 전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를 다시 꺼냈다. 일각에서는 ‘선거용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후보는 5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피해보상과 관련해 “전국민이 다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전국민에 기회 주는 게 좋겠다”며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다만 속도 조절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국가 재정 역량도 이제 한계가 있을 것이고 정부와 여야가 의견을 모아야 하는 문제다. 저 혼자 일방적으로 정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도 “다만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이 매우 시급하고 긴급하다. 대규모로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후보는 4일 신년 회견에서 여당이 추진 중인 추경 편성과 관련해 “최소 1인당 총액 100만 원 정도는 맞춰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추가경정예산을 요구했다. 이어 “설 전에 당연히 가능하고 30조 원 정도가 실현 가능한 목표”라며 구체적인 추경 시기와 규모까지 제시했다. 이달 내로 25조∼30조원 규모 추경을 편성해 전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씩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구상이다. 야권이 내분을 겪는 상황을 틈타 지지율 상승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재정당국은 검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3일 “일각에서 제기하는 추경과 관련돼 의견의 하나로서 경청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면서도 “(올해 예산) 집행 첫날에 추경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시점적으로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간 국가채무 증가 속도에 대해 우려해온 만큼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청와대 역시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편성에 선을 그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4일 “이 문제는 지금 거론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손실보상은 손실보상법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고, 2022년도예산에 이미 예산이 편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야당의 협조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선대위 전격 해체를 비롯해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일괄 사퇴했다. 사실상 원내 지도부가 공백 상태에 빠진 셈이다. 논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에 더해 국가채무 증가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추가 세수가 없는 상황에서 추경을 할 경우 재원 상당 부분은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할 가능성이 크다. 2월 추경이 현실화하면 국가채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660조원이었던 국가부채는 올해 1064조원까지 치솟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0%로 전망된다. 이 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정책 구상을 향해 ‘매표용 지원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비판은 커졌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차승훈 상근부대변인은 5일 논평을 통해 “국가 예산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포퓰리즘적인 ‘무차별 재정 확대’를 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국가 부도의 위기를 겪은 우리 국민은 아직도 그 당시 고통이 생생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2년 예산은 정부안 604조에서 3조가 증액되어 최종 607조에 이르렀다. 국가채무 역시 최초로 1000조 원이 넘은 1064조 원에 달한다”며 “재정 확대를 통해 예산을 뿌려대면 당장은 국민들이 좋아할 수 있지만 결국 그 빚은 고스란히 국민들께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이 후보가 ‘말 바꾸기 논란’에 다시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고도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선후보가 공약에 대한 입장을 자꾸 번복한다면 정책 불신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확실한 입장을 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