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분 최고조… 뇌관은 이준석

국민의힘 내분 최고조… 뇌관은 이준석

尹 지하철 인사로 화해 시도… 李 “관심없다”
당직 인선안 놓고 충돌…尹, 결국 당무 우선권 행사
의총서 李 사퇴요구 나와…모두발언·토론 공개 여부 놓고도 신경전

기사승인 2022-01-06 20:22:20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최은희 기자

국민의힘 내분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대위 쇄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뇌관은 여전했다.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는 당직 쇄신안을 두고 충돌했다. 급기야 소속의원들이 이 대표 사퇴를 결의하면서 내홍은 격화했다.
 
오전 한때 훈풍이 불기도 했다. 윤 후보는 6일 오전 7시30분쯤 여의도역 앞에서 깜짝 출근길 인사를 했다. 이 대표가 ‘연습문제’라는 이름으로 제안했던 선거운동 방식이다. 이 대표가 제시한 방안을 수용한 셈이다.

권영세 신임 사무총장 역시 이날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내놓은 숙제를 밤새 고심 끝에 나서서 한 것”이라며 “쇄신 의지를 분명히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감은 잠시였다. 이 대표는 같은 시각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슨 소리인가. 연락받은 바도 없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지하철 출근길 인사에도 “관심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사람 간 불통의 단면을 드러낸 순간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임형택 기자

갈등은 격화했다. 이 대표는 권영세 신임 사무총장의 임명안 상정을 거부했다. 당 대표 권한을 행사하며 윤 후보와 충돌했다. 전날 오후 권영세 선대본부장 선임 때만 해도 “상당한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에서 돌연 선회한 것이다. 윤 후보는 즉각 반발했다. 당무우선권을 가진 그는 권영세·이철규 의원 임명을 강행했다. 

이 대표는 권 사무총장 인선안을 받아들였다. 다만 이 부총장 인선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이 대표는 “저는 권 사무총장의 임명에는 어떤 이견도 없다. 하지만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있었다. 제 의견도 정확하게 이야기했다”며 “어제부터 갈등 해소를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으로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불참한 의원총회에선 이 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가 쏟아졌다. 이 대표가 당 내홍의 원인을 제공했고, 윤 후보 지지율 급락까지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2시간30분가량 비공개로 진행한 의총에서 참석 의원 다수는 이 대표 사퇴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이코패스”, “양아치” 등 원색적인 비판이 제기됐다. 반면 일부 의원은 대선승리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결국 김기현 원내대표가 칼을 빼들었다. 그는 오후 의총 속개를 앞두고 이 대표의 참석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도 토론 공개 여부를 두고 이 대표와 원내 지도부 간 ‘기싸움’이 펼쳐졌다. 이 대표는 당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의총에서 당대표의 공개발언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왜 통상적으로 대표가 할 수 있는 공개발언을 저는 하지 못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최은희 기자

힘겨루기 끝에 이 대표는 모두발언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오후 5시20분쯤 연단에 섰다. 이 대표는 “연습문제라는 표현이 불편했다면 죄송하다”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케팅 용어를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사과 이후에는 “냉정하게도 지금 현실을 되짚어보면 10%p 차로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를 곳곳에서 경험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세대포위론’을 재차 끌어올렸다. 이 대표는 “제가 언론에 나가서 했던 이야기 중 세대포위론이라는 게 있다”며 “세대포위론이 동작했던 건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위해서 많은 자료를 만들고 온라인상에서 여론전을 펼치던 젊은 세대가 왜 일순간에 실망했는가. 왜 오히려 가족 단톡방에서 우리에 대한 저주를 부모에게 전파하고 있나”라며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당의 변화와 쇄신을 요구했다. 그는 “윤 후보가 다시 한번 국민의 절대적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저는 당대표로서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여한이 없다. (여러분들은) 선거에서 지면 당이 해체된다는 생각으로 오직 승리만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6시쯤 마무리됐다. 그의 발언이 끝나자 일부 의원만이 짧게 박수를 쳤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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