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율이 다시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다만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논란과 무속인 개입 의혹 등 잠재된 리스크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해 12월 30∼31일, 지난 15∼16일 진행한 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39.4%에서 33.4%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윤 후보는 30.0%에서 35.9%로 상승했다.
2030 민심도 윤 후보에게 돌아섰다. 이 후보는 18∼29세에서 지난달 25.8%를 얻었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12.6%로 반토막 났다. 반면 윤 후보는 13.3%에서 30.2%로 급상승했다. 30대에서도 이 후보는 44.6%→28.3%로 대폭 하락했다. 윤 후보는 20.1%→29.4%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약 보름 만에 ‘이 후보 우세·윤 후보 열세’가 구도가 정반대로 바뀐 셈이다.
전문가는 윤 후보가 당 내홍을 수습하고 이준석 대표의 세대포위론을 받아들인 점이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AI 윤석열’,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봉급 월 200만 원’ 등 2030세대를 겨냥한 맞춤형 공약도 지지율 반등에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현장 행보를 강화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내놓으며 소통하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18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문제와 당 내분이 해결되면서 이준석 대표의 전략이 채택되기 시작했다”며 “이번 대선은 과거 중심을 잡던 40대 대신 2030 세대가 ‘스윙보터’ 역할을 한다. 청년층을 잡으면 중도층은 함께 가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후보가 안정적인 대세를 굳히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표적으로 ‘김건희 7시간 녹취록’ 공방과 무속인 논란이 꼽힌다.
앞서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지난 16일 김씨와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와의 통화 녹음 중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서 김씨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옹호 등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폄훼 발언을 해 비판에 직면했다.
녹취록 보도에서 시작된 논란은 무속인 개입설로 번졌다. 한 매체는 지난 17일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모씨가 윤 후보의 검찰총장 시절부터 수시로 조언을 해줬다고 보도했다. 전씨가 네트워크본부에서 고문으로 활동하며 선대본부 전반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윤 후보가 직접 나서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가까스로 올린 지지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지되기도 했다.
상반된 평도 있다. ‘김건희 리스크’가 이미 효력을 다했다고 보는 시각이다. 첫 번째 방송에서 결정적 한 방으로 꼽힐만한 충격적 내용이 없었던 탓이다. 실제 지난 방송을 계기로 오는 23일 예고된 후속 보도에 대한 긴장감은 급속히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아울러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전날 ‘무속인 개입 의혹’이 불거진 산하 네트워크본부를 전격 해산하는 등 논란 차단에 힘쓰고 있다.
전문가는 이번 논란이 유의미한 지지율 변화로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체적인 흐름으로 봤을 때 결정적 한 방이 없다”며 “해당 사안은 더 이상 윤석열 후보 지지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지율 반등을 위해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꼭 필요하다.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단일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며 “보통 대선 45일 전쯤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설날 때 민심을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