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D-48로 다가온 가운데, 여권을 향한 경고음이 켜졌다. 그간 국민의힘의 문제점으로 거론되던 통화 녹취·핵관(핵심 관계자)·무속인 리스크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불거지는 모양새다.
‘굿바이 이재명’ 저자인 장영하 변호사는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형의 갈등은 전적으로 (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해서 생겼다”며 “그걸 가리려 어머니에 대한 가혹행위를 들고나온 건 명백한 사자 명예훼손”이라고 말했다.
이어 “존속 상해 논란을 소위 형수 쌍욕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쓴 것”이라며 “박인복씨(이 후보자 형수)는 이재명 후보가 욕설 원인을 형님과 형수의 어머니 폭행으로 돌리고 있는데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꼭 밝혀달라 호소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장 변호사는 이 후보의 욕설이 담긴 160분 분량의 육성 녹음 파일을 언론에 폭로했다. MBC가 지난 16일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일부를 방송한 데 대한 맞불로 보인다.
이 후보는 공개된 자신의 욕설 파일에 “국민이 용서해달라”며 고개 숙였다. 반면 당은 장 변호사를 후보자 비방죄로 즉각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윤 후보가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보도에 사과하면서도 녹취록을 제공한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와 이를 보도한 MBC를 고발 조치한 ‘투트랙 전략’과 유사하다.
이에 더해 이른바 ‘이핵관’ 문제까지 불거졌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핵관이 찾아왔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글에는 “이재명 후보의 뜻이라며 불교계가 심상치 않으니 자진 탈당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핵관은 이재명 후보의 핵심관계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관계자)에 빗댄 표현이다. 윤핵관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대립하며 내분 원인으로 지목된 측근이다.
정 의원은 “여러 달 동안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참 많이 힘들게 한다”며 “그러나 굴하지 않고 버티며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루하루 꺾이는 무릎을 곧추세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강성 친문·지지층 내 반이재명 정서가 격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친문 대표 주자로 꼽히는 정 의원이 이핵관을 공론화하며 탈당 압박을 폭로한 탓이다.
민주당 내에서 이른바 ‘핵관’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표현이 등장했다는 점을 보아 내홍 기류가 포착된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내세워온 원팀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론도 갈렸다. 정 의원 페이스북에는 “절대 탈당하지 말라”, “이핵관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한심하다”, “핵관이 여기저기 널렸다. 누군지 밝혀달라” 등 댓글이 줄지어 달렸다.
다만 일부는 “윤핵관으로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이핵관이라는 단어는 부적절하다”, “대선을 앞두고 좋은 발언이 아니다. 이런 일이 있더라도 꼭 공개해야 하는지 의문”, “이재명 후보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정 의원을 질책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겨냥한 ‘무속인 공세’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민주당과 무속인의 인연을 조목조목 짚었다. 민주당 선대위가 지난 4일 종교본부 발대식에서 한국역술인협회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고, 19대 대선 당시에도 무속인에게 직접 임명장을 줬다고 주장했다. 18대 대선 당시엔 문재인 시민캠프가 ‘당선 기원 굿’을 지냈다고도 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선대위에 자리를 내주고 굿까지 벌인 건 민주당”이라며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선대위가 윤석열 후보에게 무속인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혈안”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윤 후보를 향해 무속인 관련 공세를 펼치는 것은 ‘내로남불식 비방’이라는 지적이다.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지난 2018년 12월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임명한 강헌씨도 재조명됐다. 당시 이 후보가 임명한 강헌 대표는 명리학과 관련한 저서를 쓴 인물이다. 한 언론에 이 후보의 사주를 풀이한 칼럼을 쓰기도 했다.
허정환 선대본부 상근부대변인 역시 전날 민주당을 겨냥하며 ‘무속인 논란’을 끌어올렸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18일 점쟁이를 믿지 않는다고 했으나 특유의 거짓말일 뿐”이라며 “과거는 물론 현재도 점쟁이 말과 사주를 신봉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허 상근부대변인은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한 TV 방송에 출연해 ‘어머니가 저한테 한 말이 있다. 점쟁이한테 물어봤는데 네가 앞으로 분명히 대성한다더라’라고 했다”며 “이 후보가 과거뿐이 아니고 최근에도 사주를 굳게 신뢰하고 있음을 고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찬기도회에서 입으로는 ‘주님을 모시고 있다’고 해 왔지만 실상은 점쟁이 말과 사주를 모시고 살고 있음을 자인한 것”이라며 “적반하장으로 윤석열 후보를 향해 온갖 흑색선전으로 공격하기에 바쁜 이 후보는 사주를 떠나 국민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기 바란다”고 목소리 높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