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을 향한 불교계 분노가 계속되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조계사를 찾아 연단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현장에서 거부당하면서 발길을 돌렸다. 논란의 당사자인 정청래 의원은 행사 참석마저 거절당해 국회에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징수하는 주체를 ‘봉이 김선달’에 빗대 불교계로부터 지탄받았다. 이후 약 한 달 만에 SNS로 사과한 데 이어 지난 17일에도 108배를 하는 등 불심 달래기에 나섰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리는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에 참석했다. 종단이 비판한 문재인 정부의 종교편향과 정 의원의 ‘봉이 김선달’ 발언 등에 대해 사과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현장에서 반발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무산됐다.
이날 현장에서는 주무 부처 장관인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사과 영상이 나오자, 대회에 참여한 승려와 신도들은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주최 측은 황급히 영상 송출을 중단했다. 이어 예정됐던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발언 순서도 취소했다.
이에 송 대표는 조계사 후문으로 나와 “조계종에 와서 사과의 말씀을 할 기회를 주겠다고 해서 준비를 했는데, 분위기가 이렇게 돼서 기자들 앞에서 의사 표시를 하고 가겠다”며 입장문을 읽었다.
그는 “최근 1700여 년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을 헤아리지 못하고 불교계와 국민 여러분께 상처와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여당의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한국불교가 수호하고 있는 전통문화와 유물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관리와 전승을 위해 불교계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다양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데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정 의원도 이날 같은 행사에 참석해 직접 사과 의사를 밝히려 했으나, 주최 측의 거부로 발걸음을 돌렸다.
국회로 돌아온 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몇 달간 저 스스로 많은 성찰과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불교계의 고충과 억울한 점도 인식하게 됐다”며 “저로 인해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서 참회와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낮은 자세로 경청하고 국민과 불교계의 상생발전을 위해 더욱 정진하겠다”며 “소중한 문화재를 지켜오신 불교계와 스님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데 미력하게나마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 후보의 측근이 자신의 탈당을 권유했다는 발언도 하면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정 의원은 ‘누가 자진 탈당 얘기를 했느냐’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기자회견 자리를 벗어났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종단 측은 결의문에서 현 사태에 대한 문 대통령 사과를 비롯해 정부와 여당의 종교편향·불교왜곡 방지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등 근본 대책 마련, 전통문화유산 보존·계승을 위한 특단 대책 등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