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향한 옛 안철수계 국민의힘 인사들의 저격이 계속되고 있다. 그간 선거에 출마할 때마다 “단일화는 절대 없다”고 주장하다가, 입장을 선회해 피로감을 줬던 안 후보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지적이다.
앞서 안 후보는 지난 23일 “국민의힘이 먼저 단일화 제의를 해 오면 응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대표(이준석 대표)가 그렇게 반대하는 데 그럴 일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공세를 펼치며 압박에 나섰다. 김철근 국민의힘 당대표 정무실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이제 와 안철수는 ‘이준석 대표가 반대해서 단일화할 수 있겠나’는 말로 남 탓을 하고 있다”고 적었다. 김 정무실장은 지난 2017년 안 후보의 대변인직을 수행하며 ‘안철수계’로 분류된 인물이다.
그는 “안 후보는 여전히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안동설’에 기대어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다”며 “설 연휴 전후에 있을 법 한 안 후보의 고독한 결단을 기다려 보겠다. 지금 이시기에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판단하시리라 믿는다. 무운을 빈다”고 경고했다.
안 후보의 상승세가 ‘반짝 효과’에 그쳤다며 평가절하하는 발언도 나왔다. 국민의당 출신 주이삭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상대할 마음은 없는데 자꾸 주먹 휘두르시면 허공에 섀도복싱, 달밤에 체조하는 것 같다”며 “요즘 여론조사 추세는 명확하다. 윤석열 상승, 이재명 박스, 안철수 하락”이라고 직격했다. 주 부대변인은 국민의힘과 합당 결렬에 반발하며 국민의당을 탈당한 바 있다.
안 후보를 향한 ‘옛 안철수계’의 저격은 처음이 아니다. 김 정무실장은 지난 19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안 후보가 최근 보여준 갈지(之)자 행보를 소개할까 한다. 좋게 말하면 ‘말 바꾸기’이고 좀 다른 표현으로는 ‘양치기 소년 같은 일’”이라며 “국민을 바보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의 과거 발언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2020년 7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후 “서울시장 보궐선거 나가지 않겠다(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2020년 12월 20일 “정권교체를 위해 대선에 나가지 않고 야권 단일 후보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가겠다(사실상 대선 출마 포기)” 등이다. 안 후보가 정치적 의도로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는 지적이다.
주 의원도 비슷한 취지로 비판했다. 그는 “본인이 위협되니 비판한다는 나르시시즘적 발언에 어안이 벙벙해 한마디 한다”며 “눈앞에 비판하는 정치인만 보이시겠지만, 정권교체를 못 하게 만들까 위협받는 국민들 마음도 느끼시면 어떻겠느냐”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합당 결렬’ 사태를 꼬집으며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땐 국민이 받는 그 위협을 느끼시고 합당하겠다고 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순전히 정치공학적이었던 것이라 더 놀라웠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 후보가 못 하면 올라가고 스스로는 지지율을 올릴 역량이 없는 것이 현실인 분을 우리 당에서는 전혀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으니, 그런 오해는 앞으로는 안 하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안 후보 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오마이뉴스 의뢰·1월 16~21일 조사)에 따르면 안 후보는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지난 주보다 2.9%p 떨어진 1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안 후보는 두 자릿수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6주 만에 지지율이 하락했다. 윤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32%에 달한다.
연초 국민의힘의 내분이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 한 자릿수를 넘어 15%를 돌파했던 안 후보가 더 이상 기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2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후보 지지율이 올랐던 건 안 후보가 뛰어나게 잘해서라기보다는 당파적 이익의 측면이 강하다”며 “윤 후보가 당 내홍·배우자 리스크 등에 휩싸이자 일부 보수층이 잠시 돌아섰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치평론가는 안 후보가 향후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는 단일화 및 합당을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안 후보가 정치를 계속할 생각이라면 단일화·합당이 필요하다. 이번에도 타이밍을 놓치면 성장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라며 “지금 정도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진 상태에서 단일화하는 게 가장 좋다”고 전망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