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중단 선언한 이재명, ‘치고 빠지기’ 작전?

네거티브 중단 선언한 이재명, ‘치고 빠지기’ 작전?

李장남, 군 복무 기간 중 국군수도병원 입원 특혜 의혹
이재명 네거티브 중단 1시간후 “리더가 술만 먹고”
野 “이재명 네거티브 안 한다면서 의원들 동원”

기사승인 2022-01-28 06:00:18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임형택 기자

 

“저 이재명은 앞으로 네거티브를 일절 중단하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돌연 ‘네거티브 선거전’을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각종 의혹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의도라며 이 후보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이 후보는 민주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실망감을 넘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국민께 뵐 면목이 없다”며 “저 이재명은 앞으로 일체의 네거티브를 중단하겠다. 야당도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선언이 자신과 관련된 논란을 무마하기 위함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최근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된 탓이다.

불법 도박·성매매 논란에 휩싸였던 장남 이동호씨의 ‘국군수도병원 특혜 입원’ 의혹이 대표적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씨가 지난 2014년 초여름부터 경기 성남시 소재 국군수도병원에 4개월가량 장기 입원하는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공식 절차를 밟지 않고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장병은 군 병원 입·퇴원 시 반드시 인사 명령을 통해 공문으로 기록해야 한다. 하지만 의원실이 공군에 문의한 결과 이씨의 입원을 기록한 ‘인사 명령 문서’는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이씨의 군 병원 인사 명령 기록에는 지난 2014년 9월18일부터 26일까지 8박9일 간 국군대전병원에서 입·퇴원한 기록만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씨의 국군수도병원 입원 전 청원휴가를 사용한 기록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성남FC 후원금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던 지난 2015~2017년 성남FC 구단주를 맡으며 6개 기업에서 광고비 명목으로 약 160억원을 후원받고, 이후 인허가 등에서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씨가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건 맞지만, 입원 기간은 군 병원 측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응수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서도 “기업 유치를 통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성남 시민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이 후보가 의혹 차단에 촉각을 세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녹취록’ 공개 이후, 김씨에게 호감을 표하는 여론이 급증한 데 이어 윤 후보 지지율까지 상승한 탓이다. 

이 후보는 본인의 ‘형수 욕설’ 파일 공개로 되레 타격을 받기도 했다. 지난 26일 발표된 YTN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 발언보다 이 후보의 욕설 논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당내에서는 우려가 나왔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건희씨에 대해 공격을 하다 보니, 네거티브도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얻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지난해 4월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영선 후보와 민주당이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생태탕 의혹’ 등 선거 후반까지 네거티브로 일관하다 패한 사례를 염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임형택 기자

야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후보가 선거 때마다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네거티브에 대한 입장을 번복했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의 선언과 달리,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계속되자 “선거용 쇼”, “영혼 없는 메아리” 등의 냉소적인 반응도 나왔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지난 26일 “이 후보는 그동안 ‘나는 네거티브 안 한다’고 말하며 뒤로는 민주당 의원들을 동원해 왔다”며 “이 후보가 대국민 약속을 하자마자 국회 법사위에서 김용민 의원은 김건희씨 관련 몰래 녹음을 틀었다. 강득구 의원은 도이치모터스 계좌에 요건도 안 되는 증거보전 신청을 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네거티브를 중단한다는 이 후보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선거용 눈속임이자 쇼라는 것이 90분만에 입증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의 성남시장 선거 당시 태도도 재조명됐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 후보는 지난 2014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자신의 욕설파일이 유포되자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지난 2017년 대선 경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가 네거티브 중단을 요청하자 ‘과도한 네거티브 규정이 바로 네거티브’라며 거부했다. 2018년에도 ‘네거티브 없는 선거혁명을 이룬다’고 했다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낙연 후보와 네거티브 공방을 이어갔다.

이 후보의 유세 발언도 논란에 휩싸였다. 이 후보는 지난 26일 “역사를 보면 지도자가 술이나 마시고, 자기 측근이나 챙기고, 게을러서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겼더니 환관, 내시들이 이상한 짓을 했다. 이런 나라는 망했다”고 말했다. 역사적 일반론으로 포장했지만 사실상 윤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는 ‘네거티브 중단’ 선언 이후 1시간만의 일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본부 원일희 대변인은 “윤석열 후보를 향한 근거없는 허위비방 네거티브”라며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에게 언행불일치는 불치의 DNA인가”라고 꼬집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가세했다. 그는 “이 후보는 고개를 숙이며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와서 그러냐’라는 반응을 보일 뿐”이라며 “이유는 단순하다. 이 후보의 말은 너무 가볍게 뒤집히고, 행동은 뱉은 말과 모순돼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일침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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