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겨울 대축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이 기대와 우려 속에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오는 2월 4일 개막 팡파르를 울린다. 전 세계 90여 개 국가에서 온 5000여 명이 2월 20일까지 총 109개의 금메달을 놓고 열전을 벌인다. 베이징은 지난 2008년 하계올림픽도 개최했는데, 한 도시에서 동·하계올림픽이 모두 열리는 건 올림픽 역사상 처음이다.
올림픽조직위원회(IOC)가 도쿄 올림픽부터 이번 대회까지 연대를 강조하는 가운데, 대회 슬로건은 ‘함께하는 미래(Together for a Shared Future)’이며 메달 이름은 ‘동심’으로 결정됐다. 대회 마스코트는 얼음 옷을 입은 판다를 형상화한 ‘빙둔둔’으로 정해졌다.
코로나 이후 2번째 올림픽, 베이징은 지금
베이징 올림픽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후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이다. 동·하계 올림픽은 2년마다 번갈아 열리지만 코로나19 여파로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이 1년 연기 후 2021년에 열려 2년 연속으로 올림픽이 열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번 대회는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을 비롯해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속도가 거세지면서 완벽한 방역 시스템 속에서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를 수 있느냐가 숙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우한, 스좌장, 시안 등에 대한 전면 봉쇄를 단행했으나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베이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어 정부 목표인 ‘제로 코로나’와 멀어지고 있다. 지난 30일 중국 보건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에 따르면 전날 하루 베이징에서는 20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며 지난 15일 이후 누적 확진자수가 105명으로 늘었다. 중국의 설인 춘제 연휴를 앞두고는 이동 자제령까지 내려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성화봉송과 개회식도 소규모로 진행된다. 성화는 중국 전역을 돌지 못한다. 일정도 다른 올림픽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성화봉송은 개막 이틀 전인 다음달 2일부터 단 3일간 이뤄진다. 대회가 열리는 베이징과 옌칭, 장자커우 일대만 돌고, 개·폐회식이 열리는 베이징 내셔널 스타디움을 밝힌다. 반년 전 도쿄 올림픽 때만 해도 성화는 121일간 봉송자 7500여명과 함께 일본 전역을 누볐다.
개회식도 대폭 축소됐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당시 4시간에 육박했던 개회식 시간은 100분으로 줄었다. 공연 참가 인원도 14년 전의 5분의 1수준인 3000여명이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가 당초 계획했던 일반 관중 입장도 무산됐다. 대신 국영기업 직원들과 베이징 내 대학 재학생들로 구성된 ‘초청 관중’에게 관람을 허용하면서 최소한의 함성만 들을 수 있을 전망이다.
무관심한 올림픽?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가운데 중국 내의 반응도 차갑다.
현재 베이징에 올림픽 열기가 불지 않는 것은 도쿄 올림픽보다 훨씬 더 엄격한 방역조치 때문이다. 현재 베이징 외부 지역에서 베이징으로의 단체 관광은 금지돼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베이징 내 지역 주민들도 사실상 베이징에 입경할 수 없다. 올림픽이 개최되는 베이징 시민들조차 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홍콩 매체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3일 코로나19의 그림자가 겨울의 냉기를 더하는 베이징에서 올림픽의 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SCMP는 “엄격한 코로나 통제 속에 개최되는 이번 올림픽에 외국인 방문객은 금지돼 있고 일반 중국인들의 참석 허용 여부도 어렵다”라면서 “주최 측은 간단하면서도 안전하고 멋진 행사를 약속했지만, 베이징 시민들은 올림픽 관련 장면을 얼마나 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국민의 관심도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베이징올림픽에 관심이 있냐’러고 질문한 결과(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포인트) 32%가 ‘관심 있다’고 응답했다. ‘관심 없다’는 응답은 65%에 달했다. 이는 한국갤럽이 1992년 이래 조사한 올림픽 개최 직전 관심도와 비교하면 최저 수준이다.
직전 동계 대회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대회를 앞두고 실시한 조사에서는 71%가 ‘관심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4년 전과 비교해 절반 미만으로 관심이 떨어졌다. 2014년 소치 올림픽 당시 ‘관심 있다’는 응답이 64%였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확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평소 스포츠를 즐겨보는 김재현(30)씨는 “국내에서 열렸던 평창 올림픽에 비해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19를 비롯해 부정적인 이슈가 많은 올림픽이라 시선이 잘 가지 않는다”라며 “스마트폰이나 TV에서도 올림픽에 관련된 기사나 영상 등이 상대적으로 올라오는 느낌이 덜하다. 이전보다 스타 선수들도 줄어든 느낌이다. 본격적으로 개막해야 올림픽 인기를 체감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발 ‘외교적 보이콧’… 한국은 절충안 따라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19 방역과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외교적 보이콧’ 때문에 흥행 전망이 밝지 않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단을 파견하지만, 개·폐회식 등 행사 때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가장 먼저 신호탄을 쏜 국가는 미국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신장 지구의 위구르 소수민족 탄압, 홍콩의 인권 탄압 등을 문제 삼아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후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합세했다. 중국과 갈수록 관계가 험악해지는 일본도 가세했다.
유럽 국가인 리투아니아는 독자적으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으며, 벨기에와 덴마크, 에스토니아, 코소보 등이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취지에 동조하며 대열에 합류했다.
이밖에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스웨덴, 네덜란드, 스위스 등도 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이들 국가가 내세운 불참 이유는 ‘코로나19 방역’이다. 독일은 외교·체육장관이 ‘개인적 소신’을 내세워 올림픽 참석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발 ‘외교적 보이콧’에 합류할거라 예상했던 유럽연합(EU)의 일부 국가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차기 올림픽 개최국인 프랑스, 이탈리아를 포함한 대다수 국가가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고 정부 대표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에서는 어느 한 나라도 보이콧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한 나라는 약 12곳에 못 미친다. 이는 1984년 옛 소련 주도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참가를 거부한 국가 수(15곳)보다 적다.
한국의 경우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베이징동계올림픽 정부 대표로 파견하기로 정하고 박병석 국회의장도 개막식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을 의식해 대통령 방문은 자제하되 중국을 배려해 의전서열 2위 인사가 올림픽을 찾는 절충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