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과 함께 침몰할 수 없다” 거리로 나선 조합원

“현산과 함께 침몰할 수 없다” 거리로 나선 조합원

관양현대 수주 다음날 미아4구역 가두집회...
“현산 시공사 선정 철회하라, 믿을 수 없다”
조합에 불신 드러내, 동의서 받아 철회 추진

기사승인 2022-02-08 06:00:19
HDC현대산업개발 시공산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미아4구역 조합원들.

광주 화정동 붕괴 사고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이 5일 추가 수주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존 수주 사업지에서 반발은 여전하다. HDC현산이 추가 수주에 성공한 다음날 미아4구역에서는 일부 조합원들이 시공사 교체를 요구하며 가두집회를 펼치고 나섰다. 집회에 나선 조합원들은 “현산과 함께 침몰할 수 없다”는 구호를 제창하며 시공사 교체를 촉구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4 재정비 촉진구역에서는 지난 6일 조합원들이 모여 시공사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날 HDC현산을 시공사로 선정한 경기 안양시 관양현대 재건축 조합과 정반대 행보다. 미아4구역은 지난해 10월 시공자 수의계약 대상자로 단독 입찰한 HDC현산을 선정했다.
 
집회에서 조합원들은 먼저 안전 불안감을 호소했다. 집회 측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며 “현산은 건설사 중 안전조치 미흡으로 인한 사고율 1위 기업이다. 만약에라도 우리 구역 내에서 광주 화정동 같은 사고가 일어나면 조합원들의 안전 및 인근 주민들의 안전까지도 위태롭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설사 사고가 없이 지어진다 한들 마음 편히 살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고 발표에 나선 A 조합원은 “현산이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한다는 것이 김앤장 등 대형로펌을 선정하고, 외주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꼬리자르기이다. 이는 이번 사건만 피해가자는 생각이다”라며 “이런 시공사를 믿고 어떻게 조합원의 재산을 맡길 수 있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만약 사고가 발생한다고 상상하면 공사 중단에 사업지연, 이자비용 증가 등 막대한 조합원 피해가 발생하지만 현산은 사업이 늦어져도 3%만 배상하면 된다. 결국 이는 조합원들이 책임지게 되는 구조”고 주장했다.

현산의 신용등급 하락과 행정처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A 조합원 “재건축은 시공사의 지급보증을 바탕으로 돈을 대출받아 사업을 진행한다”며 “현산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대출 이자가 증가하고 이는 조합원들 재산으로 물어줘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산이 1년 8개월의 영업정지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영업정지 기간 수주가 불가하고, 이는 매출 하락, 자본금 감소 등을 불러와 공사 지연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여러분들 이라면 아이파크를 구매할 것이냐”며 “살 사람이 있어야 제값을 받는다. 아이파크 집값 하락과 전세 매물 증가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A 조합원의 발언이 끝난 직후 현장의 조합원들은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침몰할 수 없다”, “부도나면 누가 책임지나”, “현대산업개발 퇴출”, “조합원의 재산이다 착각마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4 재정비 촉진구역 전경.

특히 이날 집회에서는 조합 집행부를 향한 조합원들의 불만도 제기됐다. 집회 측은 조합장과의 통화 녹음을 공개하며 조합장이 HDC현산을 두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공개된 통화 내용은 화정동 붕괴 사고 이후 조합 입장을 결정하기 위해 ‘조합원과 HDC현산 중 누구의 의견을 우선시해야 하는가’라는 조합원 질문에 “조합원의 의견하고는, 일단 현산이 우선이에요”라는 발언이다. 이후 통화 내용 원본을 확인한 결과 조합장은 일단 현산의 의견을 들어보고 조합원의 의견을 들어도 충분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조합원들은 이를 두고 불만을 감추지 못 했다. 

집회 측은 “조합장, 대의원, 임원들은 시공사 변경 의지가 없다. 오히려 현산이 소송할까 두려워만 한다. 본 계약도 체결하지 않았다. 특히 조합원 재산으로 하는 사업인데 시공사를 두려워하는 조합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미 동일한 조건으로 제안을 해오는 다른 건설사들도 있다. 시공사 변경만이 우리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B 조합원은 “집행부가 계약 체결을 강행한다면 조합원들이 계약을 막아설 것”이라며 “조합원 과반만 찬성하면 시공사를 교체할 수 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동참해 줬다”고 덧붙였다.

'현산 반대'가 적혀있는 띠를 두르고 이동하는 미아4구역 조합원들.   사진=조계원 기자 

한편 현산은 곳곳에서 불거지는 거부 움직임에 조합원들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앞서 반발이 제기된 상계1구역에서는 설명회를 개최하고 △새 브랜드 적용 △미분양 물량 매입 △조합원 안전 감시단 도입 △늘어나는 이자비용 부담 등을 조합에 제시했다. 

또한 이번에 수주에 성공한 경기 안양시 관양현대 재건축 사업에도 △관리처분 총회 전 시공사 재신임 절차 △특수목적 법인 사업비 2조원 지원 △사업추진비 가구당 7000만원 지급 △안양 시세 평당 4800만원 기준 일반분양가 100% 반영 △대물변제 통한 조합원 이익 보장 △안전결함 보증기간 30년 확대 △매월 공사 진행현황 및 외부 전문가 통한 안전진단 결과 보고 △외부 전문 안전감독관 업체 운영비용 부담 등을 제안했다. 여기에 유병규 HDC현산 대표이사가 879자의 자필 사과문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에서는 전국으로 확대된 현산 거부 움직임으로 현산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산은 기존 수주 단지와 수주 경쟁을 벌이는 곳에 추가 인센티브를 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조건은 현산의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늘어난 비용 부담이 조합원들에게 전가되지 않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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