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국내 법정에서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에서 마무리된 보툴리눔 톡신 관련 소송이 국내에서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두 회사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으로 대립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기술 도용 의혹은 사실 무근임은 물론이고, 메디톡스가 불공정 경쟁과 서류 조작 등의 행위를 일삼았다며 고발을 예고했다. 메디톡스는 국내 민사소송을 통해 대웅제약의 허위 주장을 밝혀내겠다며 맞서고 있다.
미국서 악연 시작… 균주 기술 유출 의혹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두고 지난 2013년부터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당시 두 회사는 미국 보톡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미국 기업과 각각 파트너십을 모색했다. 메디톡스는 엘러간과 보툴리눔 톡신 ‘이노톡스’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도 ‘나보타’를 국내에 출시하기에 앞서, 에볼루스와 미국 판매계약을 맺었다.
이후 나보타의 미국 임상이 진행 중이던 2017년, 메디톡스는 나보타가 메디톡스의 기술을 도용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지방법원과 서울중앙지법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메디톡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염기서열과 대웅제약의 균주 염기서열 대부분이 일치하며, 이는 메디톡스에서 대웅제약으로 이직한 연구원이 기밀을 유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메디톡스 측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2018년 4월, 오렌지카운티 지방법원은 메디톡스의 제소에 소송부적합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2월 FDA도 메디톡스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메디톡스는 엘러간과 함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해외에서는 ITC 소송, 국내에서는 민·형사 소송으로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됐다.
ITC 판결 무효화… 승자 없이 마무리
ITC 소송은 두 회사 모두의 손해로 마무리됐다. 메디톡스가 일부 승소했지만, 결론적으로 재판 결과가 무효화되면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수확 없이 수년간 100억원대 소송비용만 지출한 처지가 됐다.
앞서 2020년 7월 ITC는 예비판결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고 ‘주보’(나보타의 미국상품명)에 대해 10년간 미국 수입 금지 명령을 권고했다. 이후 같은해 12월 최종판결에서는 대웅제약의 주보에 대해 당초 예고된 처분보다 수위가 완화된 21개월간 수입 금지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균주와 제조기술을 도용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균주는 영업비밀이라고 볼 수 없어 ITC의 규제 사항이 아니라고 봤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ITC 최종판결에 불복해 미국 연방항소순회법원(CAFC)에 각각 항소를 제기했다. CAFC는 미국 내에서 발생하는 특허법 관련 사건에 대한 전속 관할권을 가지는 기관으로, 증거를 제출하고 사실 관계를 다투는 ITC보다 상급 법원이며 법률심이다. 때문에 CAFC가 판결을 내리면 소송 당사자들은 이에 모순되는 주장을 할 수 없다.
이후 ITC 최종판결은 흐지부지됐다. 지난해 메디톡스와 엘러간이 합의금 및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와 합의해 분쟁 상황을 봉합하면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ITC는 CAFC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항소심에 대한 기각 신청서를 제출했다. CAFC는 이를 받아들였고, ITC는 분쟁의 당사자들이 합의한 상황에서 더 이상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 하에 대웅제약의 손을 들어줬던 최종판결도 무효화했다.
민사소송 집중하는 메톡… 추가 고발 예고한 대웅
국내에서는 민사소송만을 남겨두고 있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형사소송을 최근 검찰이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결론지으면서다. 앞서 이달 4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2부는 메디톡스가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대웅제약을 형사고소한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일부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됐고, 메디톡스 고유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나 제조공정 정보가 대웅제약으로 유출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는 판단이다.
검찰의 판단에 대웅제약은 반색했다. 대웅제약 측은 “애초에 영업비밀 침해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나보타는 대웅제약이 자체 균주와 기술로 개발했음이 명백하다”며 “검찰이 4년여에 걸친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마침내 진실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반면 메디톡스는 “공소시효 만료와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충분한 자료 검토와 수사 없이 판단한 졸속 수사이자 명백한 과오”라며 날을 세웠다.
두 회사는 추가적인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경쟁사에 대한 불법행위를 일삼던 메디톡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소송 과정에서 메디톡스 측이 질병관리청, 식약처 등에 위조, 허위 서류를 제출했음을 분명하게 확인한 만큼, 이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관계당국에 즉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 ITC최종판결에 대해서는 “외국 행정기관이 국내와 다른 기준을 갖고 내린 판결에 불과하며, 그 조차도 무효화되었기 때문에 국내 민사재판에서 영향력 있는 자료로 쓰이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메디톡스 측은 민사소송과 함께 검찰 항고 절차도 진행할 방침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ITC가 2년여간 조사한 자료에는 대웅이 국내에서 균주를 발견했다는 주장이 거짓이라는 명확한 증거들이 존재한다”며 “검찰과 관련자들의 비 협조로 제출되지 못했지만, 다행히 국내 민사에는 제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민사재판은 현재 1심 단계에 있으며, 1개월에 1번씩 변론기일을 진행 중이다”라며 “불복 및 항고 절차의 세부 일정은 자세히 밝히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