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발효과학의 신비...백김치찌개까지 탄생 [푸드코너]

김치, 발효과학의 신비...백김치찌개까지 탄생 [푸드코너]

- 보기드문 백김치찌개 전문점 '모미가 김치찌개', 미식가들 입맛 잡아
- 한국인의 밥상 지켜온 소올 푸드 김치, 다양한 변형이 존재
- 백김치 맛, 건강, 품격 모두 담아낸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인기’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기사승인 2022-02-21 15:43:18
모미가 김치찌개.

김치는 본격적인 농경생활이 시작된 삼국시대 이전부터 먹었다. 소금물에 절이고 발효시켜 보관성을 높인 채소를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내어 먹는 음식으로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가장 많이 알려진 배추김치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변형이 존재한다. 지역마다 다른 요리법과 재료를 사용한 김치가 존재해 향토음식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이처럼 한국인의 소올 푸드 김치는 한국의 전통발효식품이자 일종의 조리양식으로 한번 절인 채소를 다시 양념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양한 김치 중에서 그 중 백김치는 1600년대 고춧가루로 담근 김치가 등장하기 전부터 있어온 김치의 원형으로써 고춧가루를 일부러 섞지 않고 배, 잣, 대추, 밤 등 고급스러운 부재료를 발효 숙성하여 지금의 백김치 형태로 발전해 왔다. 제대로 담근 백김치는 어느 자리에서나 맛, 건강, 품격을 모두 담아낸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백김치치개.

소울 푸드 김치와 김치찌개 


김치하면 바로 연관되는 음식이 김치찌개. 김치만큼 우리 밥상에 자주 오르는 음식이다. 김치의 종주국인 우리나라는 김치와 김치찌개에 대해서는 고유권을 가질 만큼 다양한 김치와 김치찌개를 만들어 먹으면서 역사를 이어왔다. 김치에 넣은 재료와 숙성도 그리고 함께 넣는 부재료에 따라 다양한 김치찌개가 만들어지지만 대부분 돼지고기를 넣는다. 돼지고기는 김치의 신맛을 잡고 단백질과 지방까지 섭취하는 지혜가 담겨있다. 

그래서 김치찌개하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훤히 알고 있다. 하지만 백김치찌개는 대중화가 되어있지 않아 조금 생소한 면이 있다. 사실 길고 긴 김치의 역사 속에서 살펴보면 그 옛날엔 오히려 대중적인 음식이었다. 백김치찌개는 대량으로 만들어 놓고 먹지 않아 상대적으로 귀하고 고춧가루로 버무린 김치보다 숙성도가 맛을 크게 좌우하니 묵혔다가 찌개로 끓여 먹겠다는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가정과 식당에서도 빨간 김치찌개만 익숙하게 먹어왔다. 

백김치찌개는 일식에서 맑은 지리탕처럼 백김치 고유의 숙성된 맛을 끓여내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더 담백하고 시원해서 불편한 속을 풀어준다. 최근에는 배우 고소영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백김치의 모습이 담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명약보다 명식(名食) 백김치찌개 

얼마 전 충남 공주시 반포면 온천리 계룡산도예촌 입구에 보기 드문 백김치찌개 식당이 생겨났다. 고즈넉하니 멋스러운 붉은 기와의 한옥으로 지어진 바로 ‘모미가 김치찌개’. 이곳에는 백김치를 가지고 국내 최초로 개발한 백김치찌개가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어디서도 맛본 적 없는 백김치찌개는 미각의 호기심을 발동하게 만든다. 우선 이곳에서 사용하는 김치는 배추를 국내산 고춧가루로 칼칼하게 버무려서 6개월 이상 저온 숙성 시켜 사용해서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 지하수로 세척하고 국산천일염으로 간을 해 저온으로 숙성시킨다. 특이한 건 이렇게 발효 숙성시킨 김치를 사골육수에 초벌로 한번 삶아낸다는 점이다. 그래서 김치가 식감이 부드럽고 아삭함이 살아 있다.

특히 천연약재로 잡내까지 잡은 육수는 사골이 뿜어내는 묵직한 영양과 토종닭의 감칠맛이 더해졌다. 여기에 국물의 구수한 맛에 알싸하게 익은 백김치의 새콤한 풍미가 시원함을 높여준다. 찌개에는 포기김치를 넣는데 김치를 재사용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의 표시이다. 이런 백김치찌개는 상큼한 맛이 목 넘김까지 개운해 속 풀이에 좋다. 먹으면 먹을수록 묘하게 중독된다. 한번 맛보면 헤어날 수 없는 마성의 맛이다

백김치찌개는 국내 어느 식당에서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기존 김치찌개를 연상하면 안 된다. 엄청난 양의 백김치와 생갈비를 함께 끊여내는 모양새부터 신기하다. 뽀얀 육수에 하얀 김치와 한바탕 끓여진 고기가 담겨 있으니 먹기 전부터 건강한 기운을 받는다.

보기 드문 백김치찌개전문점 '모미가 김치찌개' 탄생

전통 가마솥 밥은 갓 도정한 햅쌀에 찹쌀과 국산 서리태 콩을 섞어 두 시간 불린 쌀로 밥을 지어 식감이 좋다. 김치찌개는 묘하게 잡곡밥보다 쌀밥이 궁합이 맞는다. 모든 음식은 전통 방짜 유기그릇에 담겨 나온다. 수저, 젓가락까지도 모두 유기로 내놓는 모습이 음식을 더욱 건강하게 담아내려는 정성이 돋보인다. 그래서 누구나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김치찌개가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는 김치 외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내기 때문에 각기 다른 취향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묵은 김치의 매력은 발효숙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곰삭은 맛이다. 즉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성된 깊은 맛, 톡 쏘는 맛, 새콤한 맛, 시원한 맛이 두루 어우러져서 절묘하게 삭은 맛은 발효과학의 절대 신비라고 할 수 있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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