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폭증으로 최근 재택치료 중 영유아 확진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부모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영유아에게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제때 치료받기 힘들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소아·청소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던 학부모 중 일부는 이르면 내달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는 5~11세용 백신 접종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24일 5세 자녀를 둔 김모씨(36)는 “저는 3차까지 맞았지만 이상반응 걱정 때문에 아이만큼은 맞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며 “최근 미접종 지인이 확진돼 너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는 걱정이 커졌다. 여기에 아직 접종하지 못하는 연령대의 아이들이 코로나 확진으로 사망하는 뉴스까지 연달아 나오니 예방 차원에서 아이들 접종을 해야 하는건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몇몇 커뮤니티에는 “11세 이하 백신 맞히실 건가요?”라는 질문도 올라왔다. 상당수는 여전히 백신에 회의적이라는 의견을 냈으나, 일부는 “접종 해도 확진될 순 있지만 덜 아프게 지나가지 않을까 해서 고민” “맞아도 걱정, 안 맞아도 걱정” “백신 안 맞고 확진돼 무증상으로 지나가면 최고지만 생각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 결정이 어렵다” 등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반응은 최근 소아·청소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 발표에 따르면 최근 신규 확진자 중 30%가 소아·청소년이다. 특히 0~6세 확진이 두드러졌다. 2월 3주차 0~6세의 10만명당 발생률은 직전주 대비 2.2배(118.5명→265.2명)로 뛰었다.
확진 영유아가 잇달아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당국에 따르면 경북 예천군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치료 중이던 7세 여아가 상황이 악화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기 수원에서도 4개월된 영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숨지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날 기준 0~9세 누적 사망자 수는 총 5명으로 늘었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지는 상황이다. 소아·청소년은 확진되더라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지 않아 재택치료를 해야 하는데다, 전담할 소아과는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의사표현이 잘 되지 않는 영유아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도 이를 표현하기 어렵다는 점도 걱정이다.
코로나19 확진 후 영유아가 재택치료 중 사망하거나 병원 이송 중 숨지는 사례가 발생한 것을 두고 “올 것이 왔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실제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병상을 못 찾으면 집에서 그냥 죽으라는 것 아니냐” “재택치료하면 위급시 병원 치료라도 제대로 해줘야지” “모든 아이들의 증상이 가벼운 게 아닌데 제대로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 비판이 쏟아진다.
방역당국은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 준비에 들어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3일 5~11세에 대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허가했다. 질병관리청은 내달 중 해당 연령대의 소아·청소년의 접종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상반응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미국 등 4개국에서 진행된 5~11세 소아·청소년 3000여명 대상 임상실험에서는 심근염, 아나필락시스 등 중증 이상 반응이 관찰되지 않았다. 식약처에 따르면 해당 백신은 현재 미국, 유럽연합 등 62개국에서 허가 또는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아 접종에 사용되고 있다.
백신 접종에 관심을 보이는 학부모도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학부모들은 백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접종을 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 높기 때문이다.
10세·8세 자녀를 둔 임모씨(38)는 “절대 맞힐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임씨는 “2차 접종 후 고열 등 부작용에 고생해서 3차 접종은 아예 포기하고 집, 회사만 다니고 있다”며 “아이들이 아직 어려 사실상 100% 학부모 결정으로 백신을 맞추는 건데 내 결정으로 (아이들이) 접종했다가 후유증이 생기면 못 살 것 같다”고 걱정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대다수다. “(어린이집·유치원·학교 등에) 안 보내면 안 보냈지 안 맞춘다” ”아이들에게 위험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어떤 이상반응이 나타날지 수십년 뒤에 어떤 후유증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 등 반응이 나온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