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스포츠계도 ‘No War’ 한목소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스포츠계도 ‘No War’ 한목소리

기사승인 2022-02-28 17:27:50
2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 리버풀의 리그컵 결승전을 앞두고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며 평화를 기원했다.   로이터 연합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며 스포츠계에서 보이콧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 사이에서도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고 있다. 

◆ “러시아에서 경기를 할 수 없다”

‘러시아 거부’ 움직임은 스포츠 모든 분야로 확산 중이다. 지난 25일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이사회는 각 연맹에 러시아나 벨라루스에서 예정된 스포츠 행사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집행이사회는 러시아가 ‘올림픽 휴전 결의’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올림픽 휴전 결의는 올림픽 기간 중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하는 고대 그리스 전통을 기념해 1993년 이후 2년마다 올림픽 직전 연도에 채택되고 있다.

국제유도연맹(IJF)은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 책임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명예회장 및 명예대사 자격을 정지했다. 푸틴은 유도 유단자 출신으로 유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IJF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IJF는 평화가 우선이라고 판단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아울러 오는 5월에 열릴 예정인 카잔 그랜드슬램 대회도 취소했다.

국제체조연맹(FIG)도 집행위원회를 열고 올해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예정된 FIG 월드컵과 챌린지컵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FIG 주관 대회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국기·국가 사용도 금지했다. 세계 최고 모터스포츠 대회 포뮬러원(F1)을 주최하는 세계자동차연맹(FIA) 역시 성명을 내고 올 시즌 F1 월드 챔피언십의 러시아 그랑프리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제배구연맹(FIVB)는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라고 주장하며 8월에 러시아에서 열기로 한 세계남자선수권대회를 강행하려 했지만, 거센 비판을 받자 세계선수권대회 전에 개최할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을 우선적으로 취소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축구계도 ‘러시아 반대’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주관하는 대회에서 러시아가 국가명, 국기, 국가를 사용할 수 없다”고 제재안을 발표했다. 러시아가 아닌 러시아축구협회(RFU)로만 참가할 수 있다.

폴란드, 스웨덴, 체코 축구협회는 러시아와 경기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022 카타르월드컵 유럽 지역예선 플레이오프에서 러시아는 폴란드, 체코, 스웨덴과 한 그룹에 묶였다. 러시아-폴란드, 체코-스웨덴의 경기 승자들이 대결해 이기는 팀이 월드컵 본선에 가는 방식이다. 잉글랜드는 남녀 모든 연령대와 장애인부문까지 러시아와의 경기 보이콧을 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축구연맹(UEFA)는 오는 5월에 예정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개최지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가스프롬 아레나에서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로 바꿨다. 이밖에 러시아 기업으로부터 스폰서를 받고 있는 구단은 계약을 해지했다. 러시아 기업의 후원을 받는 축구 구단들은 계약 취소에 돌입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샬케04가 대표적이다.

경기 전 포옹하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올렉산드로 진첸코(왼쪽)과 비탈리 미콜렌코.   AP 연합

◆ “전쟁을 멈춰줘” 스포츠 스타들의 간절한 외침 

세계 각지의 스포츠 스타들은 러시아의 침공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세계운동선수단체인 글로벌 애슬릿은 28일(한국시간)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앤드류 파슨스 IPC 위원장에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2022 베이징동계패럴림픽을 포함한 모든 국제 대회에서 출전 금지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올림픽과 패럴림픽 헌장의 명백한 위반이며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우크라니아 스포츠 스타들은 전쟁을 멈춰달라고 호소하며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축구 영웅인 안드레이 셰브첸코는 SNS에 “모두에게 힘든 시기다. 우리는 단결해야 한다. 단합하면 승리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크라이나 출신 육상 여자 높이뛰기 선수 야로슬라바 마후치크도 “우크라이나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폭발과 총성을 들으며 깨어난다. 우리는 강한 국민이다. 이 상황을 견뎌낼 것”이라며 “우리에게 힘을 달라”고 글을 게재했다.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에서 뛰고 있는 올렉산드로 진첸코는 “문명화된 세계가 모두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우리가 발전시키려는 나라, 침범을 받지 않고 지켜져야 하는 나라”라고 호소했다. 진첸코는 영국 맨체스터 시청 앞에서 반전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다.

에버턴과 맨시티 선수들은 지난 27일 맞대결에 앞서 우크라이나에 연대를 표했다. 맨시티 선수들은 우크라이나 국기와 ‘전쟁은 안 돼(No War)’라는 문구가 적힌 점퍼를 입고 나왔고, 에버턴 선수들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몸에 두르고 나왔다. 두 팀에는 우크라이나 국적의 선수들이 소속됐다.

이밖에도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우크라이나를 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축구 선수들은 득점을 한 뒤 세리머니 때 문구가 적힌 언더 셔츠를 중계 카메라에 노출했고,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선수들이 경기 전 고개를 숙이고 침묵해 전쟁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득점 후 중계 카메라에다 “노(No) 전쟁. 우크라이나”라고 외친 전북 현대의 김보경.   프로축구연맹

한국에서는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김보경이 지난 27일 대구FC와 맞대결에서 후반 26분 득점을 올린 뒤 중계 카메라로 뛰어가 “노(No) 전쟁. 우크라이나”라고 외쳤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스타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국가들도 동참하는 걸 보며 나도 이런 말을 전하고 싶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힘든 상황을 겪고 가족과 헤어지는 것 등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K리그 팬들도 2라운드 일정이 열린 지난 26일과 27일에 경기 시작 전 반전 메시지의 걸개를 걸었다.

경기가 끝난 뒤 중계 카메라 렌즈에 ‘No War Please(전쟁은 멈춰야 한다)’는 문구를 남긴 러시아 테니스선수 안드레이 루블레프.   SNS 갈무리

◆ 러시아 스포츠 스타들도 “전쟁 반대” 목소리

러시아 태생의 선수들도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러시아의 테니스선수 다닐 메드베데프는 세계 랭킹 1위에 오르자 자신의 SNS에 “전세계 모든 아이들에게는 꿈이 있고, 이들의 인생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그들이 보고 느끼는 것 대부분은 인생에서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며 “이들을 위해서라도 세계 평화가 지켜져야 한다”라고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기쁨보다 세계 평화를 이야기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인 알렉스 오베츠킨은 “제발 더 이상의 전쟁은 안 된다. 누구든지 전쟁은 안 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다른 국가이고, 우리는 평화 속에 살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아이스하키 스타이자 NHL 전설인 오베츠킨은 평소 푸틴 대통령의 지지자로 유명하다.

러시아 축구 국가대표 출신 페도르 스몰로프 역시 자신의 SNS에 “전쟁은 멈춰야 한다”는 글과 함께 반으로 갈라진 하트와 우크라이나 국기 이모티콘 올렸다. 러시아 테니스선수 안드레이 루블레프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두바이 듀티 프리 챔피언십’ 남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카메라 렌즈에 ‘No War Please(전쟁은 멈춰야 한다)’는 문구를 남기기도 했다. 

마이클 페인 전 IOC 마케팅 국장은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자국민에게 평화를 외침으로써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 대통령의 행위에 의문을 품게 되고, 러시아 내 전쟁 지지 여론도 약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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