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젊음의 거리’로 꼽히는 신촌 대학가를 찾았다. 서울 시민들은 뜨거운 환호로 윤 후보를 반겼다. 경선 경쟁상대였던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함께 ‘원팀 유세’를 펼치며 윤 후보에 힘을 실었다.
윤 후보는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앞에서 ‘대한민국 만세’ 집중 유세에 나섰다. 신촌은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홍대 등 대학이 모여있는 곳이다. 2030 세대 유권자가 많은 곳을 찾아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여러분의 뜨겁고 열렬한 응원과 격려가 쌀쌀한 날씨에도 저를 따뜻하게 하고 있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이어 “찬 날씨에도 이렇게 많이 오셔서 정치신인인 저를 응원하시고 격려하시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능력없고 무능한 정권을 교체하고 새로운 나라 만들라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번 대선을 ‘부패한 이재명의 민주당과 국민 간 대결’로 규정했다. 그는 “이번 대선은 5년마다 있는 그런 대선이 아니다. 우리들의 자유민주주의가 사느냐 죽느냐의 대결”이라며 “우리 자신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보장되느냐 망하느냐의 대결”이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의 발언이 끝나자 곳곳에서는 “맞습니다”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여당의 정치개혁안도 작심 비판했다. 윤 후보는 “선거를 열흘 앞두고 말이 되는 소리인가. 왜 5년 동안 안 해놓고, 선거운동이 시작된지도 몇 달인데 (투표를) 열흘 앞두고 이런 소리를 하느냐”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국민을 우습게 알고 늘 외면하고 깔보다가 선거 때가 되면 또 표를 훔쳐와야 되니 국민을 공작과 세뇌, 기만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며 “절대 속지 말라. 정권교체가 정치개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전투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윤 후보는 “우리 많은 시민들께서 재작년 4.15총선에 부정 의혹을 가지고 계신 것 잘 알고 있다. 저희 국민의힘이 당 조직을 가동해서 공명선거와 부정감시를 철저히 하겠다”며 “3월9일 당일만 투표해서는 이기기 어렵다. 5일과 9일에 여러분이 투표하면 저희는 이기고 나라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신촌 거리는 윤 후보의 방문을 환영하는 지지 물결이 이어졌다. 유세장부터 상점이 이어지는 골목까지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윤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빨간 옷과 빨간 풍선, 빨간 모자, 태극기 등 국민의힘 당색을 몸에 둘렀다.
윤 후보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이들은 풍선과 태극기를 흔들며 윤 후보를 연호했다. 일부 시민은 “대장동 몸통 즉각 구속”, “대장동 비리 몸통 즉각 처단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 현수막을 양손에 들었다. 대형 북소리까지 더해지면서 유세장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유세 현장을 지나치던 20대 김모씨는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 같다”며 “유세 현장은 처음 와 봤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줄 몰랐다. TV에서 보던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최근 윤 후보에 대해 지지를 선언한 전설의 복서 홍수환 전 권투선수도 유세 현장을 찾아 응원을 보냈다. 윤 후보는 이에 화답하듯 빨간 권투 글러브를 착용하고 수차례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가장 먼저 연단에 선 원 전 지사는 “야권의 유일한 후보인 윤석열 후보를 제외한 다른 분들이 정치교체를 얘기한다. 정치교체는 정권교체 없이 불가능하다”며 “저는 윤 후보와 경쟁했던 사람이지만 우리는 국민이 뽑아준 윤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서 우리의 승리로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외쳤다.
이어 “제가 겪어본 윤 후보는 우선 정직하고 거짓말 할 줄 모른다. 덩치도 크지만 가슴이 넓어서 포용력이 크다”며 “대한민국 최고 인재들, 현장 전문가들, 민생 대표들을 넓은 포용력으로 손잡고 상식과 공정이 돌아오는 대한민국을 만들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마이크를 건네받은 유 전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통이라고 한다. 여러분 이거 믿으시나”라며 “문재인 정권이 망친 경제를 우리가 정권교체해서 반드시 살려야 한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문재인 정권 5년이 그대로 연장되는 것”이라며 윤 후보 당선에 힘을 실었다.
이재명 후보의 대통령 자질도 의심했다. 유 전 의원은 “저는 이재명 후보가 사드를 반대하는 걸 보고 정말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라며 “이 사드라는 건 북한이 우리한테 핵미사일 쏘면 그걸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여러분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인데 왜 반대하나”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의 말이 끝나자 주변에서는 “옳소”, “선제공격을 해야지” 등의 시민 목소리가 쏟아졌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을 끝으로 이날 윤 후보의 선거 유세는 완벽한 ‘원팀’을 이뤘다. 홍 의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언급하며 “국가안보관이 확실한 사람만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경제만큼이나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게 국가 안보”라고 짚었다.
이어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경각에 달렸는데 미적거리고 평화 타령만 하고 어떻게 이 나라를 지키겠느냐”며 “꼭 3월9일 모두 투표장에 가셔서 정권교체를 하고 새로운 세상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목소리 높였다.
신촌=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