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 2020년 4월부터 시작한 소상공인 대출만기 연장을 또 다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시중은행에선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선 대출 정상화가 될 경우 그간 미뤄졌던 이자와 상환 시점 납부해야 하는 이자 등 ‘이중고’를 소상공인들에게 부담하게 하는 대신 차라리 ‘이자 탕감’을 하는 방안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연합회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서 “현재 자영업자들이 당면한 어려움에 공감하고, 여·야 합의에 따른 국회의 의견을 존중해 금융권과 적극 협의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한 차례 더 연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당초 금융위는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3월에 종료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지만,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확산과 정치권의 강한 압력에 의해 기존 방향을 선회했다. 고 위원장은 “유예조치를 얼마나 연장할 것인지 은행들과 의견을 모았다”며 “그간 세 차례 연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6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연장된 소상공인 대출이 ‘부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내 5대 은행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 자료를 보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유예된 이자 총액은 139조4494억원에 달했다. 이 중 대출 만기를 연장해준 규모(중복 포함)는 158조2374억원, 원금 상환 유예 규모는 9조9179억원, 이자 상환 유예 규모는 1조634억원 등이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이 쌓은 대손충당금 전입액 규모가 3조5523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금융지원 대출이 부실채권으로 잡히지 않아 추가 대손충당금을 쌓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사들의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3차 연장 결정 당시에도 금융당국은 대손충당금을 쌓으라는 주문만 했을 뿐 만기 이후의 방안을 구체화 한 적이 없다”며 “규모가 잡히지 않은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계속 쌓는 것은 은행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권에선 리스크 완화를 위해 현재까지 누적된 소상공인 대출의 이자를 탕감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금이야 대출만기가 또 미뤄졌지만, 결국 도래하게 될 대출만기에 소상공인들이 상환할 금액의 부담을 낮춰주자는 취지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간 누적됐던 대출 연장에 따른 이자와 상환 시점 내야 하는 이자에 원금까지 합쳐지면 많은 소상공인들이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 시기와 대출만기가 맞물리는 시기인 만큼 부담을 소상공인과 은행들이 함께 나누는 셈”이라고 설명헀다.
이같은 소상공인 대출이자 탕감 방안은 정치권에서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먼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21일 열린 대선후보 토론서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빚 탕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국가가 채권을 일부 인수하거나 한국형 PPP(급여보호프로그램)을 도입해 대출금액을 탕감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심상정 후보는 “소상공인 부채가 240조원이 늘었는데 원위치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이자만이라도 탕감해줘야 한다”고 발언했다.
다만 이자탕감을 넘어 대출원금까지 탕감하는 주장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어려움 속에서 발생한 대출의 이자의 경우 사회공헌 차원에서 탕감하는 것은 공감할 수 있어도 원금까지 탕감하는 것은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대출 만기 연장 이후 구체적인 방안을 빠르게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고승범 위원장은 “현재 자영업자 차주의 부실화 가능성 등에 대해 미시분석을 하고 있다”며 “이 미시분석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 결과를 토대로 자영업자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방안을 금융권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연장 기간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이번주 중 발표할 예정”이라며 “세부 실행 계획은 금융권 협의를 거쳐 다음달 중순이나 하순 경에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