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선출됐다. 당선인을 탄생시킨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지만, 이준석 당대표는 5년 만에 정권을 탈환하고도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10%포인트로 승리할 수 있다”던 이 대표의 호언장담과 달리 헌정 사상 최소 득표율차인 0.73%로 아슬아슬하게 승리하면서 일부 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책임을 이 대표에게 돌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1일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과 친야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대표에 대한 비난글과 옹호글이 동시에 쏟아지며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국민의힘 갤러리에는 ‘이준석 대표 사퇴 촉구 성명문’이 게시됐다가 이후 삭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재 성명문이 다시 게시됐으며 해당 내용에 동의한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 “성명문을 임의로 지운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발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 대표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지지자들은 “이준석은 그동안 당 이미지 실추와 내부 분열을 주도했다” “이준석 때문에 대선 망칠뻔했다” “갈라치기를 주도한 이준석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 당선인은 대선에서 48.56%인 1639만 4815표를 얻어 당선됐다. 1614만 7738표(47.83%)를 얻은 이재명 후보에 불과 24만 7077표 0.73%포인트 앞섰다. 이 대표가 대선 전날까지 10%포인트 차로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한 것과는 달리 진땀승이었다.
20대 여성은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지난 9일 진행한 출구조사에서 20대 여성 58.0%가 이 후보를, 33.8%가 윤 당선자를 지지했다.
이 대표가 주도한 ‘젠더 갈라치기’ 전략으로 이대남은 잡았지만, 여성표심에서 역풍을 맞았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20대 남성의 58.7%는 윤 후보를, 36.3%는 이 후보를 지지했고, 결과적으로 20대 전체에서 이 후보는 47.8%, 윤 후보는 45.5%로 박빙 구도를 보였다. 20~50대 여성 모두 이 후보의 득표율이 높았다.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는 전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솔직히 말해 선거가 하루, 이틀만 길었어도 질 선거가 됐다”며 이 대표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준석 대표의 2030, 특히 이대남들과 이대녀 이른바 20대 여성들을 갈라치는 식의 행태는 정치권에서 추방해야 된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이준석 대표의 책임을 준엄하게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목표치를 30%로 잡았던 호남 득표율도 실제 선거에선 절반(윤 당선일 득표율 호남 전체 12.9%)도 못 미쳤다.
이 대표는 ‘허드슨강의 기적’에 빗대 책임론을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 지난 2009년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US에어웨이즈 불시착 사고' 사진을 올리며 “‘왜 라구아디아로 바로 회항해서 착륙시도하지 않았습니까’ ‘시도했으면 됐을겁니다’ ‘시뮬레이터로 테스트했습니다’ 보통 조종석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적었다.
이 사고는 새가 여객기에 충돌(버드스트라이크)해 발생했다. 조종사들은 기체를 강에 착륙시키며 승객 전원을 구했지만 이후 공청회 등을 통해 기장의 판단이 옳았는지 추궁받게 된다. 이에 이 대표가 최종적으로 대선 승리에 자신의 선거 전략이 기여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청년층의 남성 이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준석 덕분에 공정하고 유능한 시스템으로 당이 운영됐다” “재작년에 비해 2030 득표율을 끌어올린 것도, 역대급 호남 득표율도 이준석 덕” “6월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당대표를 흔들어선 안 된다” 등의 옹호글이 잇따르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대표 책임론에 대해 “일부에서 이 대표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은데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는데 이 대표가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