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첫 회의에서 비대위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이들은 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쇄신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 비대위는 14일 국회에서 비대위 첫 회의를 열었다. 이날 첫 모두발언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에 따라 화상으로 참석한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맡았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은 닷새 전 선거 결과만 기억할 게 아니라 국민들과 지지자들의 내로남불이라 불리며 누적 행태를 더 크게 기억해야 한다. (대선 득표율인) 47.8% 지지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패배의 원인을 찾고 뼈저리게 반성하고 쇄신해야 하는 게 우리 앞에 놓인 민주당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선 패배 요인을 분석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에 남은 것은 기득권 정치와 소통 불통의 모습뿐이다. 180석만 믿고 안 들리는 척 하며 5년 동안 국민에게 실망을 안기며 안주해온 결과가 결국 패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등 당내 선출직 인사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안온한 대처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 위원장은 “권력형 성범죄와 성비위에도 피해자에 대한 배려도 없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고 2차 가해에도 사과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사과하겠다며 입을 열기까지에도 수년의 시간 걸렸는데 그조차 180석 중 반의반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입을 열었다”고 질타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도 “민주당의 교만함이 패배를 불렀다. 국민 마음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나태함과 안일함이 만든 결과”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소영 비대위원 역시 “우리는 4.7 재보궐선거 때 평범한 국민이 우리 당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서울‧부산 시민이 투표로 전하려 했던 경고가 어떤 것이었는지 알고 있었다”며 “민주당은 이미 거대 집권여당이면서 여전히 피해의식에 빠져 남탓만 한다는 게 당시 심층면접조사 내용이었다. 그때 이를 도려내지 못했고 그게 두 번째 패배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누군가는 근소한 표차를 두고 ‘졌지만 잘 싸웠다’며 위안을 삼지만 우리는 준비된 후보, 좋은 정책, 단합된 조직으로도 정권교체론의 강한 벽을 넘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환부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심판이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지웅 비대위원은 “민주당은 적게 패배한 게 아니라 분명하게 패배했다. 중단 없는 정치교체로 기득권 정당, 내로남불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내는 지방선거를 만들어야 한다”며 기초의원 선거구의 중대선거구화, 청년 의무 공천 등을 언급했다.
‘평등법’ 제정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평등법 없는 기간 동안 우린 변희수 하사를 잃었고 수많은 차별을 방치했다. 차별은 자연스럽게 불평등으로 고착됐다”며 “이재명 대선후보도 문재인 대통령도 평등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평등법 제정을 미루는 핑계가 아니라 설득하는 계기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