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쇄신을 약속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했지만 내부에서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선 패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낸 채이배 민주당 비대위원의 발언이 내분 불씨가 됐다.
채 비대위원은 지난 16일 광주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조국 사태’를 거론하며 “민주당이 공정의 가치를 잃어버린 뼈아픈 과정이자 국민들을 실망 시키고 분열하게 만든 내로남불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지난 1월 정경심 교수의 대법원 판결 때 청와대와 민주당은 반성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채 비대위원의 쓴소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선 패배 요인 중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도 있다고 짚었다. 그는 16일 보도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은 지난 5년간 내로남불, 편 가르기, 독선 등 ‘나쁜 정치’를 하며 국민의 마음을 잃었다”며 “(문 대통령이) 퇴임사에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고 직격했다.
이에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은 17일 공동성명을 내고 “누군가를 내세워 방패막이 삼지 말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성명에는 고민정·김승원·김영배·김의겸·민형배·박상혁·윤건영·윤영덕·윤영찬·이장섭·정태호·진성준·최강욱·한병도 의원(가나다순)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선거에 필요할 때는 너도나도 대통령을 찾고, 당이 어려워지면 대통령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이 채 비대위원이 생각하는 ‘좋은 정치’인가”라며 “깊은 유감이다. 공식적이고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 모두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미 사퇴한 당 지도부 뿐 아니라 민주당 국회의원, 문 정부의 구성원, 나아가 패배한 당을 수습하기 위해 나서주신 비대위원들 역시 뼈아픈 대선 패배의 책임을 갖고 있다”며 “이런 때 누구의 책임이 더 큰가를 따지는 것은 내 책임을 조금이라도 가려 보려는 비겁함”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채 비대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광주 현장 비대위가 있던 날 나온 채이배의 망언은 참기 어렵다”며 “이런 말들을 제어할 수 없다면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자격 미달이다. 채 비대위원을 즉각 내보내라”고 촉구했다.
다만 내부 비판 목소리를 막아선 안 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재선 의원 간담회가 끝난 뒤 “채 비대위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견해를 얘기한 분도 있지만 한편으로 다른 의견도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열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민주당이 쇄신하기 위해선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17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채 비대위원의 요구는 민주당 관점이 아니라 국민의 관점”이라며 “대선 패배 이후 비대위원을 맡은 입장에서 변화와 개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혁신을 향한 목소리를 막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