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에게 윤석열 당선인 측에 대한 비판을 개인적 의사표현으로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측의 공약이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개별적인 의사 표현을 하지 말라고 청와대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전날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공약을 비판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탁 비서관은 전날 SNS에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을 놓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탁 비서관은 “제가 조금 전에 (집무실에서 비서동 사이의) 이동 시간을 확인했는데 뛰어가면 30초, 걸어가면 57초”라고 적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같은 날 오전 브리핑에서 집무실 이전의 필요성 관련해 “비서동에서 대통령 집무실까지 이동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주장한 것을 반박한 셈이다.
그는 “지극히 개인적으로 저는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에 전혀 의견이 없다”며 “다만 이미 설치돼 운영되고 보강돼온 수백억 원의 각종 시설이 아깝고,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수많은 역사, 그리고 각종 국빈 행사의 격조는 어쩌냐”고 적었다.
이어 “일본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었을 때도 ‘신민’들에게 돌려 준다고 했었다”며 “근데 여기(청와대)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되나 묻고는 싶다. 좋은 사람들과 모여서 잘 관리할테니”라고 적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임기를 불과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까지 특유의 조롱과 비아냥으로 일관하는 탁현민 비서관의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며 “무엇보다 빈틈없는 정권 이양에 몰두해야 할 청와대 참모진으로서 오늘의 언사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탁 비서관은 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나온 지 약 한 시간 반 뒤 또다시 SNS에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님 외람되지만, 임기 54일 남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신경 끄시고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주십셔. 충성”이라고 비꼬았다.
현재 탁 비서관의 페이스북에는 ‘이동 시간’을 밝힌 글 외에 윤 당선인 집무실 이전 관련 글을 모두 내려간 상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