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판막협착증, 증상 나타났을 땐 상태 심각…“적극적 치료 필요”

대동맥판막협착증, 증상 나타났을 땐 상태 심각…“적극적 치료 필요”

수술 안 되는 환자, 결과 입증된 TAVI로 회복

기사승인 2022-03-21 09:56:34
90세 여성 김현미(가명) 씨는 당뇨와 고혈압, 뇌경색을 기저질환으로 안고 있었다. 숨이 차는 증상이 거듭돼 가족과 함께 병원을 찾은 뒤 받은 심장초음파 검사 결과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심장 기능을 유지하려면 당장 판막에 손을 써야했다. ‘심장 통합’ 진료팀이 움직였다. 고령인데다 기저질환까지 있는 환자에게 일반적 개흉술을 하기엔 무리가 따랐다. 심장내과와 심장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마취과, 심장 중재시술 전문의들이 모여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해법을 모색했고, 절개 없는 고난도 시술법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 시행을 결정했다. 세분화 된 사전 검사를 바탕으로 이뤄진 치료는 결국 막혔던 김 씨의 대동맥 길을 트이게 했다. 김 씨는 이렇다 할 합병증도 없이 건강을 되찾았다. 

김 씨의 시술을 맡았던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권오성 교수는 “TAVI는 수술이 어려운 고령 환자나 고위험 환자가 전신 마취 없이 적은 합병증으로 심장 건강을 빠르게 되찾도록 돕는 효과적 치료법”이라며 치료 당시 상황을 되짚었다. 이어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군은 대부분 초기에는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호흡곤란, 흉통, 실신, 심부전 등이 나타나면 서둘러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중증인 경우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평균 생존 기간이 2~3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권오성 교수가 심장 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를 위해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을 시행하고 있다.

◇ 심장 문(門)의 고장 ‘대동맥판막협착증’

위에서 내려다 봤을 때 ‘ㅅ’ 모양인 대동맥판막은 대동맥의 혈액이 좌심실로 역류하는 것을 막는다. 대동맥판막이 어떤 이유로 인해 좁아지면 혈액이 전신으로 퍼지는 과정에서 장애가 생기는데, 이때 심장은 더 강하게 수축하며 에너지를 허비하게 된다. 이 상태에 놓이게 되면 대동맥판막협착증 진단을 받는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한마디로 정상 혈류가 형성되지 않는 진행성 질환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심장 근육은 비대해지고 심장 기능에도 이상이 생긴다. 대동맥판막이 좁아지는 이유로는 판막에 칼슘이 침착돼 석회화가 진행되는 퇴행성 변화, 판막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선천성 기형, 심장 내 흉터 조직이 형성되는 류마티스열 등을 꼽을 수 있다.

◇ 고령에서 빈도 증가…수술 못 받는 환자가 30% 

전체 인구의 1% 정도가 겪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나이와 직접적 연관을 갖는다. 75세 이상에선 8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고령 인구 비율은 높아지고 발병률도 오른다. 권 교수는 “병세의 경중은 판막의 협착, 혈류 장애 정도에 따라 갈리는데, 중등도 협착이 있는 경우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의 압력 차이가 매년 평균 7mmHg가량 늘고, 판막 면적은 0.1㎠씩 줄어든다”며 “이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이어진다고 보고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중증 단계로 접어들면 약물 치료가 의미 없다. 수술 즉, 좁아진 판막을 바꿔 넣기 위해 심장을 여는 개흉술이 필요한데, 전체 환자 중 나이가 많고 동반 질환이 있는 30% 정도는 수술을 견뎌내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효과적 접근 ‘TAVI’, 개흉술과 어깨 나란히

개흉술이 어려운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최근 시행 빈도를 높이고 있는 치료법이 TAVI이다. TAVI는 가슴 절개 대신 허벅지 동맥에 작은 구멍을 낸 후 다리 혈관을 통해 심장까지 인공 판막을 삽입해 넣는 작업이다. 시술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1~2시간. 강한 통증이나 흉터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시술에 따른 출혈, 감염, 심혈관 손상 등의 초기 합병증 비율은 5~10%로 개흉술에 비해 낮다. TAVI는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치료법이다. 실제론 난도가 매우 높아 심장질환 통합 진료 전문 인력들이 상시 배치되고, 연간 일정 수준 이상의 심장 시술을 소화하는 기관에서 운영한다. 권 교수는 “은평성모병원의 경우 투시 방사선을 이용하는 시술과 일반 심장 수술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룸에서 시술을 진행하는데, 이처럼 최근엔 시술 시스템은 물론 시술 기술 등이 향상되면서 어느덧 TAVI도 개흉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장기 성적을 확보하게 됐다”며 “현재는 70대 저위험 환자의 치료에도 적용이 가능하며, 향후에는 시술 대상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 “부담 덜고 치료·회복…늦지 않은 검사 중요”

TAVI를 받은 환자는 즉각 혈액 검사, 심전도 검사 등을 통해 합병증 유무를 살핀다. 혈압, 맥박, 호흡 수, 산소 포화도도 확인하면서 수액 및 약물 치료를 한다. 다음날인 시술 1일째엔 심장 초음파로 인공 판막의 기능과 심장 상태를 관찰하고, 별 문제가 없으면 시술 2일째 퇴원할 수 있다. 퇴원 후에는 바로 일상 복귀가 가능하며 약 한 달 뒤쯤 혈액, 심전도,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갖는다. 권 교수는 “절개도, 전신 마취도 없는 TAVI는 치료, 회복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적다”며 “대동맥판막협착증을 방치하면 심장 부하가 커지고,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심각한 상태일 수 있는 만큼 늦지 않게 검사와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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