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의료진, 보건소 인력, 구급대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보건소 임무를 지원하고 확진자 이송을 담당하는 구급대원들은 밀려드는 이송 요청과 보건소, 병원과의 업무 협조 사이에서 어려움을 토로한다.
21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은 코로나19 병상 치료 여력이 남아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기자단 설명회에서 “전체적으로 보면 중환자 병상, 중증병상 가동률, 대기환자가 없는 현상 등 지난해 12월과 같은 과부하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날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전국 69.0%다. 준중환자(준중증 환자) 병상의 가동률은 71.3%다.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구급대원 A씨는 “격리실을 찾아 전쟁이다”라며 “매일같이 서울, 경기, 인천 격리실은 만실이며 격리실을 들어가기 위해 병원 앞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12시간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확진자 병상은 정부와 지자체가 컨트롤하고 있어 확진자가 병상에 바로 입원할 수 없다. 환자마다 상황이 다른데도 환자 상황을 가장 잘 아는 현장 의료진이 아닌 정부가 환자의 병상 배정을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로서는 병상 가동률을 유지하고 더 위급한 환자를 병원에 배정하기 위함이지만, 현장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직접 이송해야 하는 구급대원 입장에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 보건소에서 병원 진료를 판단해주거나 병상을 배정해주지 못하면 격리실이 있는 병원에 계속 연락을 취하거나 무한정 대기할 수밖에 없다.
구급대원 B씨는 “저녁이면 고열이라는 전화가 많이 오지만 병상이 없으니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보건소의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A씨는 “지난주 호흡곤란이 온 확진자가 발생해 출동을 나갔다. 산소포화도 75%(정상수치 95~100%) 측정돼 산소공급을 하며 보건소 측에 병원 선정을 요청했지만 1차 병원 선정 중이라는 연락만 오고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의식저하를 보여 1시간동안 인근 격리실이 있는 모든 병원에 연락을 취했다. 연락이 되지 않는 보건소를 직접 찾아가기까지 했지만, 상황실은 점심시간으로 비어 있었다. 보건소 공무원들도 휴게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이해하지만 보건소 상황실은 24시간 유지돼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관계자에 따르면 각 보건소마다 재택치료팀, 이송환자반, 역학조사반 등이 팀별로 운영되고 있다. 각 팀별, 담당자별로 업무가 진행되고 있어 보건소마다 운영방식이 다르다.
특히 최근 확산세로 인해 보건소도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어 휴게시간에 1명의 비상 인력이 남아있지 않는다 해도 이를 강제할 수 없는 셈이다.
온라인에서도 병상을 구하지 못해 응급 상황에 처한 확진자와 구급대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글이 잇따른다.
한 누리꾼은 최근 맘카페에 “생후 18개월 확진 아기가 새벽에 고열, 구토 증상을 보여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원이 응급병원에 전화를 다 돌렸지만 (격리실이 없어) 모두 거절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는 지난 18일 “오미크론 감염 후 기저질환 악화로 인한 사마옫 증가하고 있어 현재 집계되는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오히려 과소평가된 것일 수 있다”며 “코로나19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의료기관 이송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 무더기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