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용산 청와대’ 후폭풍이 거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계획을 두고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갈렸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고 취임일인 5월10일부터 새 집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효율적인 국정 운영을 꾀하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용산 국방부와 합참 구역은 국가 안보 지휘시설 등이 구비되어 있어 청와대를 시민들께 완벽하게 돌려드릴 수 있다.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시민들의 불편도 거의 없다”며 “용산 지역은 이미 군사시설 보호를 전제로 개발이 진행되어 왔다. 청와대가 이전하더라도 추가적인 규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반응은 분분하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청와대 시대’ 종식이 뜻하는 당선인의 행보가 새로운 정치를 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이 안보·업무 측면에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 정부의 용산 집무실 계획은 은둔형 대통령이 아닌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평가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같은날 최고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새 정권의 발목을 잡는 데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키지 못했던 ‘광화문 대통령’ 약속을 이제라도 지킬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안보 공백 등을 이유로 들며 당선인이 집무실을 이전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반발했다. 행정부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청와대의 상징성과 역할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민생에 백해무익하고 국가안보에 재앙과 같은 선택”이라며 “구청 하나를 이전하려 해도 공청회를 연다. 국가 안보와 시민의 재산권을 좌우할 청와대, 국방부 이전을 국민 의사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게 합당한가. 국민 뜻은 깡그리 무시한 윤 당선인의 횡포”라고 직격했다.
이어 “이전 기간 동안 군사 대비태세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피해는 누가 책임지나”라며 “청와대와 국방부가 한 장소가 있는 것 자체가 유사시 안보에 큰 위협”이라고도 지적했다.
국민 여론도 엇갈렸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으로 상권 활성화 및 대통령과 국민 간 소통이 원활해지고 행정 효율성이 높아지길 기대하는 모습과 함께 교통 혼잡이나 개발 제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교차했다.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과 공관 이전을 찬성합니다. 공약이행을 반드시 해주시길 바란다’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과거 5년 전 문재인대통령의 공약에도 탈청와대가 있었다.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을 공약으로 내걸고 광화문 대통령을 약속했다”며 “윤 당선인을 지지한 많은 국민들이 용산으로의 청와대이전을 찬성하며 지지하고 기대하고 있다. 부디 일부 국민들의 과격한 반대청원에 공약을 포기하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청원 드린다”고 적었다.
청와대 이전에 반발하는 청원도 등장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 21일 기준 ‘용산 이전 반대’ 국민청원은 청와대 관계자 공식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충족했다. 작성자 B씨는 “윤석열 당선인이 자기 만족을 위해 본인 집무실을 만들겠다고 국방부의 전문 시설과 시스템을 강압적으로 옮기게 만드는 것은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되며 국가 세금의 어마어마한 낭비를 초래한다”며 “청와대와 국회가 막아달라”는 국민 청원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현재 국방부에 설치된 시설과 시스템을 옮기는 데만 국민 혈세 수천억 원이 든다고 한다”며 “이는 윤 당선인이 본인 집무실을 만드는 데 국민의 혈세 수천억 원을 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 임기는 기껏해야 5년”이라며 “그 5년을 위해 수십 년 이어온 국방부 시설과 공간을 차지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억지스러운 요구, 국민들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청와대 국민 청원은 등록 후 30일 안에 참여 인원이 20만 명이 넘으면 담당 부처가 직접 답변한다는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다. 윤 당선인이 취임 전 집무실 이전을 목표로 496억 원 예비비를 신청할 예정인 만큼 청와대는 조만간 대통령 집무실에 관한 입장표명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제동을 걸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